[기자수첩]트럭에 밟힌 28년, 얼굴을 찾고 싶어요

[기자수첩]트럭에 밟힌 28년, 얼굴을 찾고 싶어요

최은미 기자
2011.04.08 11:33

포항에 사는 한영미씨(가명)는 '여자가 가장 아름다울 때'라는 28살을 살아가고 있지만 거울 보는 게 두렵습니다. 아래턱은 자라지 않고, 왼쪽 턱은 내려앉아 입조차 제대로 벌릴 수 없는 '얼굴기형' 환자이기 때문입니다.

태어났을 때는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6살때 집 앞에서 뛰어놀다 트럭 타이어가 얼굴을 밟고 지나가는 엄청난 교통사고를 당해 죽음의 문턱에서 간신히 살아났습니다.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윗턱과 아래턱이 잘못 이어져 입이 1cm 밖에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은 10분이면 먹는 점심 도시락을 30분 넘게 먹어야 하는 생활을 반복하다가 12살때 힘든 수술을 받았지만 겨우 3.6cm 입을 더 벌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불운은 사고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14살이던 중학교 1학년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며 가족을 떠났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머니도 2년 후 이모집에 영미씨를 맡기고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영미씨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여의치 않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거둬준 이모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대학에도 입학했지만 등록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는 구할 수 없었습니다.

"얼굴이 이상하다"며 아무도 일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일용직 청소 자리를 구해 일했지만 얼굴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욕도 듣고, 맞기도 했습니다. 결국 대학은 한 학기 만에 포기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모마저 유방암 판정을 받으며 삶에 대한 희망은 점점 옅어졌습니다. 암치료비로 어려운 형편은 더욱 어려워져만 갔습니다. 받아주는 회사가 없으니 돈을 벌 수 없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날도 많아졌습니다.

보다 못한 이모는 "울지만 말고 병원에 가서 방법을 찾아보자"고 영미씨를 잡아 이끄셨고, 어렵게 찾은 병원에서 2차에 걸쳐 윗턱과 아랫턱, 옆턱까지 전부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비용이 3000만원 가까이 든다고 합니다.

300만원도 없어 사글세방을 전전하고 있는 형편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돈입니다. 그나마 지금 사는 집도 이모가 일하는 식당에서 싸게 내줘 머물고 있는데 말입니다. 당장 올 연말이면 이집에서도 나가야 합니다.

영미씨 소원은 어디든 취직해 이모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것입니다. 영미씨가 월급봉투를 받아 안고 입 크게 벌리며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

다른 나라도 아닌 바로 가까운 이웃에 삶의 희망을 잃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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