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국가가 군납 유류 입찰 담합을 한 5개 정유회사(SK에너지(옛 인천정유 포함),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S-Oil)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했다고 31일 밝혔다.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액 산정은 담합으로 인해 형성된 입찰가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의 '가상 경쟁가격'의 차액으로 계산으로 하는데, 가상경쟁가격이 낮게 산정했다는 취지여서 파기환송심에서는 배상액이 상당액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군용 유류에 대해 1999년 11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고가 구매 의혹이 제기되자 2000년 6월 감사원이 1231억원의 예산낭비가 있었다고 지적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5개 정유사가 1998∼2000년 3년간 군납 유류 입찰과정에서 담합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결정, 19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따라 국가는 2001년 5개사를 상대로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금 1584억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고 원심인 서울고법은 2009년 12월 "5개사가 연대해 1309억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손해배상액은 담합으로 형성된 낙찰가와 담합이 없었을 경우 형성됐을 가격의 차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며 "담합이 없었을 경우의 가격은 싱가포르 현물시장 유류 가격(MOPS가격)에 수입 및 통관에 따른 비용 및 이익을 합산한 가격의 차액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담합기간 동안 국내 군납유류시장은 과점체제 하의 시장이어서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싱가포르 현물시장과 동일한 시장으로 볼 수 없다"며 "MOPS가격을 근거로 배상액을 산정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원심이 '비담합기간인 2003년 이후에는 세계적인 유류 공급부족사태 등이 발생해 MOPS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피고측 주장을 배척했는데 이는 타당하지 않다"며 "결국 손해액 산정이 잘못된 만큼 원심은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