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Go, We Go!"
화재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지려고 한다. 추락 직전 가까스로 동료 소방관의 손을 잡았지만 그의 목숨까지 위험해지자 손을 놓으라고 말한다.
손을 잡고 있던 주인공 커트 러셀은 "네가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You Go, We Go)"는 말과 함께 그를 끌어 올린다. 소방관들의 동료애를 그린 영화 '분노의 역류'에 나오는 명대사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방관의 비극은 영화와는 사뭇 다른 환경에서 발생한다. 지난달 27일 속초에서는 베란다에 매달려 있는 고양이를 구조하던 20대 소방관이 3층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새신랑이 된 지 이제 갓 3개월, 아내는 홀몸이 아니었다.
소방방재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방관의 구조 활동중 화재출동은 12.3%에 불과했다. 반면 이보다 세 배나 많은 38.1%가 동물구조나 벌집제거였다. 소방관들이 시민과 동료의 안전이 아닌 동물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 것. 현재 '한국동물구조협회'에서는 동물구조 서비스를 무료로 24시간 제공하고 있지만 소방서로 구조요청이 폭주하고 있어서다.
"모 공중파 동물 프로그램에서 주인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도 굳이 소방관을 부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저런 일 하려고 소방관이 된 것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는 한 소방관의 힘없는 목소리에는 책망보다 고단함이 어려 있다.
위급하지 않은 구조·구급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 내용 등을 담은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오는 9월9일 시행된다. 하지만 막상 구조요청이 들어왔을 때 그것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고 소방관들은 입을 모은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사고를 난 애완견의 주인에 대해서도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애완동물을 '반려자'로 법원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애완동물에 대한 권리보호에 맞춰 주인들의 '책임의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소방관들의 '덧없는'희생은 더욱 더 늘어날 것이다.
전화버튼를 누르기 전에 소방관 역시 누군가의 '반려자'임을 떠올릴 수 있는 배려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