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는 XXXX 제품의 판매, 전시, 대여, 양등 일체의 행위를 해선 안되며 공장과 창고, 영업점 등에 보관 중인 완제품과 반제품, 포장용기 전량 및 생산설비를 폐기하라"
특허권과 디자인권,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지재권) 관련 민사소송 소장과 판결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원고의 청구취지다. 최근 세계적 IT공룡으로 자리잡은 애플과 삼성전자 역시 상대의 주력상품인 아이폰-아이패드 시리즈와 갤럭시 시리즈의 판매금지와 전량폐기를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지재권 침해 금지를 주장하는 소송인 이상 당연한 청구취지일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제품이 남아있고 판매되는 이상 지재권 침해는 계속되기 때문. 이에 따라 지재권 관련 법적분쟁에서 패소한 법인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올해 들어 특허 분쟁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업계와 법조계에서 지재권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는 모양새다.
15일 대법원과 특허법원에 따르면 올해 6월말까지 상대 당사자의 특허등록 무효 등을 주장하며 특허법원에 접수된 특허관련 본안사건은 총 662건이다. 이는 전년동기(454건) 대비 약 45.8%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08년 1449건 이후 감소세에 있던 지재권등록 무효 확인 청구소송 등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사안별로 보면 특허권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이 296건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운 분포를 보였다. 상표권과 관련한 분쟁이 229건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디자인권과 실용신안권에 대한 분쟁이 각각 73건, 61씩 집계됐다.
등록된 지재권의 정당성을 심리, 지재권 관련 민사 분쟁에까지 영향을 주는 특허법원의 특성상 이 같은 소송 건수의 증가세는 최근 강조되는 지재권의 중요성을 반영한다.
지재권 침해행위로 피소당한 기업이 법적분쟁에서 패할 경우 입는 타격은 막대하다. 판결에 따라 해당 제품을 폐기해야하는 것은 물론 이를 생산하기위한 설비 역시 없애야한다. 여기에 '남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기업 이미지의 타격과 제품을 위해 투입했던 연구비, 판촉비 등 각종 경비의 손해까지 이어진다. 지재권 관련 분쟁에 연루된 기업이 총력전을 벌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애플이 벌이는 법적 분쟁에서 양측은 국내 최고의 지재권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변호인단을 내세워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애플의 경우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양영준(57·연수원 7기) 변호사 팀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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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서는 삼성전자는 자신들이 제기한 소송에선 법무법인 광장의 권영모(58·연수원 16기) 변호사 팀을, 애플이 제기한 소송에선 율촌의 유영일(52·연수원 14기) 변호사 팀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이 같은 지재권 분쟁의 특성을 악용한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국내 제약사들을 상대로 제기하는 법적분쟁이 대표적인 예다.
B형간염 치료제 '헵세라'(HEPSERA)의 특허권을 보유한 미국 국적 대형 제약사 길리드 사이언스는 지난해 이 성분의 복제약을 제조한 국내 제약사들을 상대로 무차별 소송을 제기했다. 헵세라의 특허는 지난해 2월 만료됐으나 부가적인 특허를 침해받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길리드는 지난 3월 소송을 취하했다.
국내의 한 제약 전문 변호사는 "국내 제약사들은 복제약을 도입할 때 전문가를 동원해 법적 문제를 점검한다"면서도 "이미 검토한 사안이라도 특허소송에 패하면 그 피해가 막대한 만큼 다국적 제약사들의 소송제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부 대형 제약사들은 지재권 침해여부와 상관없이 소송을 제기한다"며 "이를 통해 특허소송에 민감한 소형 제약사 등을 상대로 다른 거래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