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저축은행은 회장님의 '딴 주머니'

[기자수첩]저축은행은 회장님의 '딴 주머니'

김훈남 기자
2011.10.26 17:00

영화 '통증' 주인공 남순(권상우분)의 통장은 서랍이다. 집에 있는 서랍에는 1만원권 지폐가 어지럽게 놓여있고 동거하게 된 여주인공 동현(정려원분)에게 필요한 돈을 꺼내 쓰라고 말한다. 낭비가 우려됐는지 '하루 3장'이란 말과 함께.

이 장면은 채권추심업자인 남순의 허술한 경제관념을 드러내 보는 이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낸다. 서랍에 총 얼마가 들어있는지 동현이 하루에 3장이 넘는 돈을 사용하는지 남순으로선 알 턱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진행 중인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서 남순만큼이나 허술한 통장을 지닌 이들이 적발되고 있다. 바로 지난달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저축은행의 일부 대주주들이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 부장검사)에 따르면 토마토저축은행과 파랑새저축은행의 자금이 대주주가 따로 운영하는 법인의 자금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부산지역에서 대형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조용문(53) 파랑새저축은행 회장은 은행에서 65억여원을 차명대출, 일부를 학원 운영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토마토저축은행의 신현규(59)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골프연습장 운영자금으로 400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제일저축은행 역시 대주주인 유동천(71) 회장 일가의 1000억원대 투자실패를 메울 목적으로 차명대출 및 고객명의 도용대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이 아니라 회장님의 '사금고'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대주주에 대한 대출을 금지, 저축은행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상호저축은행법 조항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저축은행의 부실대출로 발생한 피해는 결국 고객에게 돌아간다. 합수단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실행한 불법대출 대부분이 회수가능성이 불투명한 불량채권"이라고 설명했다.

예금보험공사가 매각 공고한 은행들의 인수자는 정상채권과 5000만원이하 고객 예금만 넘겨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그 이상 예금을 맡긴 고객과 분식된 은행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발행한 후순위채를 산 이들이 손실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저축은행 수사는 저축은행의 편법영업과 은행 대주주 및 차주들의 도덕적 해이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철저한 책임재산 환수와 함께 아직 부실화되지 않은 저축은행의 자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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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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