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함평 '독극물 사건' 한 달…'경계'로 가득 찬 농촌마을

[르포] 함평 '독극물 사건' 한 달…'경계'로 가득 찬 농촌마을

뉴스1 제공
2012.02.05 14:01

(함평=뉴스1) 위안나 기자=

News1 위안나 기자
News1 위안나 기자

"어디서 왔어?"

5일 오전 전남 함평군 월야면 내정마을 입구에서 길을 묻는 기자에게 할머니의 정겨운 대답 대신 차가운 질문이 돌아왔다.

적막이 감도는 마을에는 개 짖는 소리만 길을 메웠다. 날씨가 많이 풀렸지만 마을을 돌아다니는 주민은 보이지 않았다.

대다수의 집 대문은 '그날' 이후 굳게 닫혀버렸다. 몇몇 집에는 자물쇠가 걸어져 있기도 했다.

일명 '함평 독극물 비빔밥' 사건이 발생한지 만 한 달이 지났다. 지난달 5일 마을회관에 모여 비빔밥을 먹던 6명의 주민은 갑작스런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실려 갔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70대 주민 1명은 결국 숨졌다. 비빔밥에서 '메소밀'이라는 농약성분이 검출됐다는 경찰의 발표에 주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함평의 한적한 농촌마을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한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미궁 속이다. 뚜렷한 용의자도, 고의성 여부도 파악되지 않아 수사가 미궁에 빠졌다.

농한기에 더욱 북적대야할 마을회관에는 '수사중 접근금지'라고 적힌 빛바랜 폴리스라인만 너풀거리고 있었다. 마을회관 현관에 층층이 쌓인 오래된 신문과 우편물들이 그 동안의 시간을 말해주고 있었다.

News1 위안나 기자
News1 위안나 기자

마을 어귀에서 만난 정모(70ㆍ여)씨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요즘에는 집에서 잠을 자다가도 차 소리만 들리면 눈을 번쩍 뜨게 됩니다. 마을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정씨는 지난 설 명절 자식들의 귀성길 조차 막았다.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막내 아들이 연휴 마지막 날 찾아와서 서둘러 돌려 보냈지" 정씨의 말끝마다 긴 한숨이 이어졌다.

집 안 마당에 앉아있던 김모(77ㆍ여)씨의 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범인 잡기 힘든 것 나도 알아. 하지만 이렇게 불안하게 지내는 게 어디 사람 사는 것인지…".

김씨는 "건넛집 두 할머니들은 거짓말 탐지기 조사받으러 목포까지 다녀왔어. 속상한 사람들 불러다 뭐하는 일인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경찰의 입장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가 마을에 한 대도 없는 데다가 주변인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탐문수사를 벌였지만 마땅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며 "농촌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이 대도시의 사건보다 해결하기 힘든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마을에서 발걸음을 옮기기 위해 차에 시동을 걸었다. 다시 개 짖는 소리만 요란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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