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 화물터미날 부지 매입....340억대는 횡령후 최시중 등 로비
이정배 파이시티 시행사 전 대표(55)는 2년전인 2010년 11월에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의해 구속된 적이 있다. 당시 혐의는 우리은행 PF(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관련된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상 횡령·배임·증재다. 이 사건은 현재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중이다.
◇8년전부터 이어져 온 1조원 넘는 대출극
25일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8년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2004년 1월. 당시 우리은행 부동산금융팀장이었던 천모씨(49)는 펜션사업을 위해 강원도 평창에 구입한 개인 토지의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았다. 이 때 마침 파이시티 사업을 추진하는 이 전 대표가 PF 대출금 마련을 위해 천씨를 찾았다. 천씨는 1350억원의 PF를 성사시켰다. 대가는 이 전대표가 받은 대출금 가운데 일부를 떼주는 것.
이 전 대표는 우리은행 부동산팀장 천씨가 장모 이모씨 명의로 투자해 설립한 부동산개발업체를 이용해 부동산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가장해 19억원을 줬다.
이 전 대표와 우리은행 천씨의 거래는 이후 4년간 이어졌다. 2006년에는 서울비즈니스센터 PF자금 2700억원을 천씨와 후임 부동산팀장 정모씨(49) 도움으로 대출받았다. 2008년에도 파이시티 추가 대출을 위해 정씨의 형에 대한 국세청 추징금 8700만원을 '대납'하고, 3800억원(우리은행 지급보증으로 국민은행 자금 2300억원 포함)의 특혜 대출을 받았다.
이 전 대표가 천씨를 통해 받은 대출은 모두 6건 1조1650억원. 천씨는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로부터 3회에 걸쳐 39억6000만원을 챙겼다. 이 전대표의 시행사 주식 30%(1500주·당시 경찰 추정이익 180억원)도 대가로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천씨의 후임 부동산대출팀장 정모씨(49)도 매수해 3억8700만원을 안기는 등 치밀함을 보인 것으로 경찰에서 조사됐다.
이 전 대표는 천씨·정씨 등 도움으로 우리은행에서 수차례 추가 대출을 받는 등 모두 1조4534억원의 PF 대출을 받은 것으로 경찰에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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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조성 등 1200억원 주머니로
경찰 조사 결과 이 전 대표는 '뇌물'로 얻은 1조4500억원을 '사업'에만 쓰지 않았다. 대출 자금 일부를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이 전 대표는 천씨 등에 '약'으로 쓰일 62억원을 횡령한 것을 비롯해 천씨·정씨 등 도움으로 344억1423만원을 빼돌려 채무변제 등에 사용했다.
이 전 대표는 또 공동대표로 재직중인 재중동포 민모씨(60)를 통해 800억원을 빼돌려 PF사업 부실화를 초래한 것으로도 당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전 대표는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화푸 오피스 빌딩 인수사업을 가장해 우리은행의 지급보증으로 국민은행 등에게서 3800억원의 PF 대출을 받은 2008년 1월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았다.
당시 화푸오피스빌딩 분양권을 인수(인수금 1334억원)한 CCP(영국령 버진군도에 JP모간과 중국 기업 뤼안이 공동투자해 설립한 회사)로부터 분양권을 배 가까운 2379억원에 재매입하기로 한 뒤 CCP에 대한 순이익금 1000억원과 민씨가 착복할 623억원 등 1623억원을 외화로 바꿔 홍콩에 세운 자회사 뉴파이 홍콩으로 송금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본계약을 체결하기도 전 민씨와 민씨의 처 명의로 설립한 홍콩 현지의 유령회사 '헨지'로 359억원을 송금했다. 이어 본계약일인 그 해 2월4일 또다른 유령회사 '보성'을 통해 264억원을 송금, 623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았다.
이 가운데 이 전 대표는 201억원을 국내로 다시 빼돌려 또다른 공동대표 이모씨(52)에게 120억원을 주고, 81억원은 계열사 분식회계에 악용했다. 이어 72억원은 중국 내 고급 아파트 2채 구입비용으로 소비하고, 나머지 재산은 국외로 도피시켜 재산을 숨겼다고 경찰은 밝혔다.
◇금융위기 맞으면서 사업 '갸우뚱'
이 전 대표가 1조4500억원이 넘는 'PF 대출 꽃놀이'를 즐겼지만 파이시티 사업은 2008년 금융위기 등을 맞으면서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파이시티는 자금난으로 상환에 실패해 불어난 이자까지 1조원 넘는 채무를 이행하지 못했다. 연대 보증을 섰던 시공사 대우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도 모두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연쇄 부실화를 초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전 대표가 주도한 6개 PF사업에서 2008년 말 당시 9273억원의 대출금이 '상환 불가'로 판정 나 우리은행에 리스크를 발생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연대보증을 선 시공사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상환이 힘들다고 판단, 파이시티에 대해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지난해 12월 법원은 청산가치에 비해 기업가치가 크다고 보고 회생 인가를 내줘 파이시티는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채권단은 현재 대출금 출자전환을 마친 상태다. 파이시티 사업의 시행권과 부지는 모두 채권단으로 넘어갔고, 지난 3월 포스코건설이 새로운 시공사로, 한국토지신탁은 선매각 주관사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