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종청사만 덩그러니…숙식 해결 안돼, 업무효율 떨어져

[르포] 세종청사만 덩그러니…숙식 해결 안돼, 업무효율 떨어져

뉴스1 제공
2013.01.10 07:35

(서울=뉴스1) 이은지 기자 =

농림수산식품부 입주식이 지난해 12월10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서규용 농림부 장관, 이상길 농림부 차관, 유한식 세종시장, 사무관 이상 직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News1 김용빈 기자
농림수산식품부 입주식이 지난해 12월10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서규용 농림부 장관, 이상길 농림부 차관, 유한식 세종시장, 사무관 이상 직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News1 김용빈 기자

#1. 환경부 한 여성과장은 눈물을 머금고 24개월된 둘째 아이를 서울에 있는 시어머니댁으로 올려보냈다. 세종청사 내 어린이집 영아반 선생님 한 명이 그만두는 바람에 제대로 된 보육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2. 50대에 접어든 환경부 고위관계자는 매일밤 10평짜리 원룸에 들어설 때마다 울컥할 때가 많다. 사람 온기가 전혀 없는 싸늘한 방에 혼자 들어설 때마다 이산가족의 서러움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세종청사 시대가 개막한 지 한 달째 접어들면서 공무원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기본적인 숙식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다.

세종청사 건물 이외에는 주위에 편의시설은 물론 병원조차 없어 생활의 질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기자가 찾은 세종청사는 공사판과 다름없었다. 이미 입주한 6개 부처 건물 외 주변에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올해 말 입주하는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지식경제부, 고용노동부, 국가보훈처 등 사무실 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청사 건물 외에는 그 흔한 슈퍼마켓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편의시설을 위한 공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직 청사가 자리를 잡지 않아 투자에 나서는 상인들이 없기 때문이다.

청사 내 부족한 주차장 때문에 청사 주위 도로에는 임시 주차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어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했다.

이미 입주한 5500여명 공무원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어두웠다.

공무원들의 하루 일과는 서로에게 "아침에 어떻게 왔어?", "점심은 어떻게 먹을까?", "저녁에 어떻게 가니?" 등을 묻는 것으로 끝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5500여명 공무원 가운데 1/3인 2000여명이 서울로 출퇴근 중이다.

또 1500여명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구내식당과 턱없이 부족한 주변 음식점 때문에 점심 한 끼 때우기가 만만치 않다.

점심시간을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30분으로 연장해 2부제로 운영하고 있지만 15분씩 줄을 서는 건 예사다.

음식수준도 과천청사와 비교하면 한참 떨어진다는 평이다.

세종청사 내 4개의 구내식당 가운데 환경부 건물에 있는 식당은 운영조차 되지 않고 있다. 다만 도시락업체가 구내식당에 와서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세종청사 밖으로 나가도 최소 20분은 차를 타고 가야 식당을 찾을 수 있다. 그나마 식당이 많은 대전으로 가려면 30~40분은 가야 한다. 이마저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앉을 자리가 없다.

◇상급직원, 부하직원과 동침 불편해 방에 벽을 치기도

집도 문제다. 하루 4시간씩 걸려 출퇴근하는 공무원들도 피곤하지만 제대로 된 집을 구하지 못한 공무원들의 어려움도 만만찮다.

집을 구하지 못한 기획재정부 과장은 부하직원인 사무관과 오피스텔에서 같이 지내고 있다. 하지만 뭔가 껄끄럽고 불편해 오피스텔 중간에 벽을 치고 문을 두개 만들어 따로따로 드나드는 생활을 택했다.

부하직원이 마련한 집에 얹혀사는 상급직원이 부하직원 눈치를 보는 경우도 있다.

A씨는 "집에 들어갈 때 아이스크림 하나라도 사가서 살갑게 지내려고 한다"며 씁쓸히 웃었다.

환경부에서 임대해 준 원룸에 당첨된 국장은 오피스텔 상태를 보고 입주를 포기했다.

모 국장은 "10평도 채 되지 않은 방에 혼자 덩그러니 있으려니 숨이 막힐 듯해 다른 공무원에게 넘겨줬다"며 "내년 3월쯤 대전 쪽에 아파트를 구해 가족들과 함께 지낼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세종청사에서 잠실까지 매일 출퇴근 중이다.

어린 자녀를 둔 여성공무원들은 어린이집 운영에 불만이 크다.

청사 내에 정원 200명인 유아반 어린이집에 무려 273명이 등록한 상태다. 정원을 초과하다보니 강당 등 놀이공간을 교실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교사들도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영아반 어린이집은 보육교사 부족으로 제대로 된 돌봄서비스가 안되자 24개월된 아이를 서울로 올려보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환경부 한 여성과장은 "아이가 눈에 아른거려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지만 도저히 세종청사에서 돌볼 수가 없어 서울로 올려보냈다"며 "오는 3월 전에는 보육교사가 충원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6살짜리 아이를 둔 기획재정부 여성과장은 아이의 손가락 골절을 방치하다 결국 깁스를 하게 만들었다.

그는 "아이가 지난주 금요일부터 손가락이 아프다고 했는데 세종청사 주위에 병원이 없다보니 그냥 방치하게 됐다"며 "결국 지난 월요일 대전에 있는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골절이라고 해서 깁스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중앙공무원노조 "청와대 책임자 문책해야"

취약한 생활환경은 공무원들의 업무효율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국민들의 피해로 연결된다.

출퇴근하는 공무원이 1/3에 달하다보니 오후 5시30분 이후에는 업무를 시키기도, 업무를 시작하기도 애매하다.

오후 6시에는 짐을 싸고 나와야 퇴근버스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게 칼퇴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하루 업무처리 시간이 최소 2시간에서 많게는 4시간 정도 줄어들었다.

장·차관은 물론 실장, 국장급 등 간부들이 서울청사로 가는 날이 많다보니 업무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자나 이메일, 스마트보고 시스템으로 급한 결제는 처리하지만 면대면으로 보고해야 하는 사항들은 뒤로 밀려나기 일쑤다.

세종청사에는 민원인들의 접근도가 떨어져 대민업무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공무원은 물론 국민피해로 이어지자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동조합는 지난 7일 성명서를 내고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동춘 환경부 노조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세종청사 이전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입주계획이 모두 지연됐다"며 "결국 대통령 이하 청와대 참모진들이 이런 사태를 야기시켰고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노조는 총리실, 행정안전부 등 관계자를 만나 세종청사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보완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다음주 내로 가시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인수위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상경투쟁을 해서라도 불편사항을 알려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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