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없는 복지' 열쇠…"새는 세금 이제 그만"]<1> 고소득자 탈루

서울 강남에 위치한 A성형외과는 중국인들에게 '성지'로 이름난 곳이다. 성형수술을 위해 입국하는 중국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얼굴뿐 아니라 전신을 탈바꿈해 중국으로 '성형 환향'할 수 있어서다.
성형외과측도 중국인들이 반갑다. 중국인들은 현금거래를 선호하기에 병원에서도 소득신고를 낮춰 탈루와 탈세를 할 여지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성형 관광을 알선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중국인은 90% 이상이 현금 거래"라며 "이같은 비용이 세금 탈루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21일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인의 경우 신고액보다 통상 10배 정도 많은 현금을 들고 입국한다. 현행 외환관리법에는 미화 1만달러에 상당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외화나 원화, 수표 등 지급수단을 휴대하고 입국하는 경우 세관휴대품신고서에 외화반입신고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몸에 지니고 들어오면 공항 세관에서 일일이 체크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현금 선호 경향은 중국과 동남아 등 성형 환자들에게 두드러진다. 이들은 평소에도 은행에 돈을 맡기고 거래하는 것보다 현금 거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들고 들어온 외화를 암달러상 등을 통해 교환해 현금으로 가지고 있을 경우 사실상 추적할 방법이 없다"며 "성형뿐 아니라 부동산 투자 등에서도 이런 방법을 일부 외국인들이 활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안면 윤곽이나 양악 수술 등 얼굴 전체를 바꾸는 전면 성형을 선호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쌍꺼풀 수술의 경우 300만~400만원, 리프팅이나 안면윤곽 수술은 1000만~2000만원 정도"라며 "중국인들의 성형수술 비용은 통역과 서비스비 등을 포함해 한국인보다 40% 정도 비싸게 받는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등에서는 '수술 원가'를 제외하고도 병원에 '무자료거래'로 생성되는 자금은 성형환자 1명당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3000만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0년 치료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1만2789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성형외과를 찾은 이는 2393명(16.5%)으로, 2009년 791명에 비해 1년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국인의 성형관광이 늘어날수록 성형외과 의사 등 전문직의 탈세·탈루가 기승을 부릴 여지가 큰 셈이다.
의사뿐 아니라 고소득 전문직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변호사도 수임료를 차명계좌로 받아 누락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소득 전문직의 '지하경제 암약'을 놓고 세무당국이 '탈세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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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지난해 상반기 실시한 고소득자 세무조사 결과 성공보수 등 수임료를 친인척 이름의 차명계좌로 입금받아 7억원을 신고누락하고 현금결제 2억원을 현금영수증 발행없이 챙긴 변호사도 있었다.
서울 강남에서 유명 치과병원을 운영한 B씨는 임플란트 등 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들에게 수술비를 15% 깎아주면서 현금결제를 요구했다. B씨는 병원 인근 건물에 비밀사무실을 마련, 매출자료를 숨기고 별도 전산실에 서버를 보관하면서 3년간 195억원을 빼돌려 세무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고소득자의 '배짱'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산부인과 병원 원장인 김모씨는 종합소득세에 관련해 지방소득세 3000만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서울시의 수차례 납부독려에서 김씨는 "세금부과 자체가 잘못됐다"라며 납부를 거부했다.
시민단체는 소득이 발생하면 탈세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부소장은 "원칙적으로 저소득이든 고소득이든 관계없이 탈세하는 납세자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며 "탈세를 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소비자가 현명하게 판단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형외과에서 현금 계산 시 비용을 깎아준다고 현금영수증을 포기하면 탈세를 동조하거나 방조하는 행위"라며 "소비자는 반드시 현금영수증을 끊고 신용카드를 사용해서 정당하게 영수증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