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금 내면 끝" 탈세 부추기는 '48%의 유혹'

"추징금 내면 끝" 탈세 부추기는 '48%의 유혹'

김세관 기자
2013.01.21 06:15

['증세없는 복지' 열쇠…"새는 세금 이제 그만"]<1-2>

[편집자주] '박근혜 대통령' 시대의 최대 화두는 '복지'이다. 문제는 항상 '돈'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을 실천하는데만 5년간 적게는 135조원, 많게는 270조원까지도 들 것으로 추산된다. 추가적인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제대로 내고, 똑바로 걷는' 사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수적이다. 아직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세금누수 실태를 점검하고 해결방안을 고민해본다.

전북에서 한의원을 하는 30대 중반의 의사 ㅇ씨는 매년 6000만 원의 소득세를 신고·납부하는 고액 납세자다. 그러나 이는 그가 내야할 세금의 3분의2밖에 되지 않는 액수다.

ㅇ씨는 진료와 한약을 팔고 받은 현금(현금영수증을 끊지 않은)을 매출에 올리지 않는 방식으로 '탈세'를 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현금을 내라고 유도하진 않지만 알아서 5만 원 권 지폐 묶음을 내미는 환자들에게 10%까지 할인해 준다. 어차피 병·의원은 부가가치세 면세 업종이라 'VAT'에 대한 부담은 없다.

"사실 사업자 마음은 사업자가 안다고 직장인들보다는 사업하는 환자들이 '현금으로 내면 뭐가 있느냐'고 먼저 말을 꺼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나야 댕큐지"

그는 "나는 소득이 8800만 원 이상(세율 38%)이니까 힘들게 침 놔서 100만 원 벌어봐야 40만 원이 세금이다. 아까운 생각이 안 들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ㅇ씨는 "나는 약과"라고 말한다.

"내가 아는 다른 의사는 대 놓고 (현금 거래를) 권한다. 어차피 5년 하면 (정기세무조사 받아서)걸리는데, 그 때 세금 한 번 야무지게 낸다고 생각하는 거다. "기왕 걸릴 거, 내고 또 내느니 한꺼번에 내겠다는 마음으로 탈루를 하는 거다"

그는 "환자는 싸게 진료 받아 좋고, 우리는 매출이 안 올라가서 좋은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현금거래 유도를 통한 소득 탈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변호사 ㅊ씨는 성공보수 등의 수임료를 친인척 명의의 차명계좌로 입금 받아 관리하는 방법으로 매출 신고를 누락한다.

과세당국에게 적발될 것이 우려스럽긴 하지만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 어차피 차명계좌 주인들이 동의한 사안이기 때문에 실명제 처벌 대상이 아니다. 소득 누락이 적발돼도 모두가 검찰에 고발돼 처벌되는 게 아니라 안 냈던 세금과 추징금만 내면 되는게 보통이다. 단지 재수가 없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이처럼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 사회에서 매출을 누락시키거나 현금거래를 통해 탈루를 하는 것은 여전한 현실 속에서의 일상이다.

국세청이 지난해 초 조사해 발표한 우리나라 고소득 전문직 개인사업자의 수는 2만6870명. 1인당 소득은 변리사가 6억1800만원, 변호사가 4억2300만원, 공인회계사 2억9100만원 등이다. 그러나 이들의 매출과표 양성화율은 여전히 70%대 수준이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거의 100%의 과표 양성화율을 보이고 있는 근로소득자과 비교하면 그 괴리는 아직 크다. 특히, 국세청이 2005년 이후 10여 차례 걸쳐 실시한 세무조사에서 변호사 등을 포함한 고소득 자영업자의 평균 탈세율은 48%로 나타났다. 실제 번 소득의 절반만 신고하고 있는 것이다.

과세당국도 노력은 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변호사, 의사 등을 포함한 고소득자영업자 339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2229억 원의 탈루 세금을 적발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차명계좌를 통해 탈세를 저지른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갈수록 교묘해지는 수법에 비해 징세의 칼날은 무디기만 하다. 현금결제 유도를 통한 소득·부가세 탈루, 차명계좌를 통한 매출 누락은 기본이고 매출 서류를 비밀 사무실에 보관하는 사례도 적발되는 등 신종 수법이 늘고 있다.

하루 벌어 하루 살면서도 성실 납세를 하는 영세자영업자와 '유리지갑'이라는 오명 속에 모든 과표가 노출되는 월급쟁이 근로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제기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 박탈감은 둘째 치고, 추정하기도 쉽지 않은 탈세는 고스란히 재정 부족으로 이어져 '복지 확대'의 명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되는 복지 공약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회, 정부 등에서는 연간 28조 원 가량의 추가 세수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의 새 나가는 세금 주머니를 꿰매는 게 절실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고소득 전문직이 음지로 끌어 내리는 매출의 흐름을 어떻게 양지로 올려 합당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돕느냐이다.

서울에서 회계사무소를 운영하는 공인회계사 ㅂ씨는 고소득 전문직들이 세금납부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지만 이들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의 문제점을 거론한다.

ㅂ씨는 "우리나라는 돈을 많이 벌어 세금을 많이 낸다고 해서 그 사람을 존경의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인식이 그렇다면 제도로 보완이 돼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다. '번 만큼 나라에 봉사하니 대우도 제대로 받는다'는 자부심을 심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으로 근무하며 국세행정을 경험한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를 그 직종 전체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라며 "세금을 많이 내는 분들은 애국자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박 교수는 "구체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세금 액수를 누적 관리해 모범납세자에 준하는 혜택을 확대하거나 본인이 다른 재산을 취득했을 때 소명 등에 대한 편의를 제공해 예우를 받고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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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관 기자

자본시장이 새로운 증권부 김세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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