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주인 찾아주려 선의로 가져왔는데 손자가 몰래 내다팔아
택시회사에서 세차원으로 일하던 할머니가 집으로 가져온 스마트폰을 몰래 팔려고 시도한 고등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A군(16)은 서울의 한 고등학교를 다니며 시간날 때마다 강남구 세곡동의 할머니댁에 머물렀다. 지난 3일에도 세곡동 할머니댁에서 잠든 A군은 새벽 4시에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던 중 식탁 위에 할머니가 올려둔 갤럭시S3를 발견했다.
이 스마트폰은 할머니 B씨(66)가 일하는 택시회사에서 가져온 것. 15년 동안 송파구의 한 택시회사에서 세차원으로 근무한 B씨가 지난 2일 새벽 발견한 뒤 충전해서 주인을 찾기 위해 일단 집으로 가져온 스마트폰이었다.
물건을 보고 욕심이 생긴 A군은 할머니에게 말하지 않고 몰래 스마트폰을 챙긴 뒤 인터넷으로 중고 휴대폰 매매업자를 찾아나섰다. 지난 4일 강남의 한 도로에서 A군을 만난 매매업자는 스마트폰 뒤쪽 시리얼넘버를 조회한 뒤 분실 스마트폰임을 알았다.
"스마트폰 살 사람이 오고있다"며 A군을 안심시킨 업자는 경찰에 신고해 A군의 신병을 넘겼다. 경찰서에 붙잡혀온 A군은 어쩔 수 없이 할머니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B씨가 경찰서에 도착해서 본 것은 고개 숙인 A군의 모습. A군은 "집에서 주는 용돈이 넉넉하지 않아 스마트폰을 팔아 돈을 마련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가슴을 치면서 "주인 찾아 돌려주려고, 좋은 일 하려다 이게 무슨 일이냐"면서 "손자 말고 나만 처벌하면 안되겠냐"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경찰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존속관계에서는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A군이 가져간 스마트폰이 이미 '장물'이었던 셈. B씨가 주인에게 돌려주겠다는 선의로 스마트폰을 가져갔다고 주장해도 택시회사나 경찰서에 물건을 맡기지 않았기에 '도둑질'이 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A군과 B씨를 각각 절도 혐의로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택시에서 스마트폰을 주웠다고 진술했지만 다른 곳에서 주웠을 가능성 등도 배제하지 않고 조사를 통해 혐의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