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4위 '진로' 도산뒤 장진호 전 회장 고소까지 무슨 일 있었나

'계열사 24개, 연매출 1조6000억원, 재계순위 24위….'
1990년대 초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진로그룹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1997년이었다. 당시 재계는 1997년 2월 한보사태, 같은 해 3월 삼미그룹의 부도 등으로 돈줄이 마른 상태였다.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 취임 이후 물류·유통·건설 등 사업확장에 나섰던 진로그룹도 외환위기를 앞두고 자금난에 봉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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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997년 4월 부도유예협약에 따라 진로그룹은 금융권으로부터 긴급자금 800여억원을 지급받고 일부 채권행사를 유예받는다. 하지만 부도유예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제3금융권 기관이 4000억원대 자금을 회수했고 결국 진로 등 9개 계열사는 화의를 신청, 이듬해 2월 화의개시가 결정됐다.
주력계열사 진로의 화의조건은 채무원금 상환은 5년동안 유예받는 것. 그동안 부동산 등 자산을 정리하고 외자를 끌어들여 5200억원의 회생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자본잠식 상태가 심각했던 진로종합유통 등 7개 계열사는 제3자 매각을, 진로건설 등 7곳은 파산선고 혹은 폐업됐다.
진로는 1999년말 진로쿠어스맥주를 OB맥주에 넘기고 이듬해 위스키사업권을 매각하는 등 몸집을 줄였다. 하지만 채무원금 유예기간이 끝나가는 2003년 3월까지 진로가 조달한 자금은 2000억원대.
당초 목표로 한 5200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액수다. 당시 진로와 구조조정 자문계약을 맺은 골드만삭스는 화의기간에 자산관리공사 등으로부터 진로의 부실채권을 매집했고 진로의 최대 채권자로 급부상했다.
골드만삭스는 2003년 4월 법정관리를 신청해 진로의 구조조정은 2라운드에 돌입했다. 동시에 대한전선도 본사와 계열사를 동원해 진로의 부실채권을 매집, 2대 채권자로서 골드만삭스와 경합을 벌였다.
진로의 전체 채무액은 1조8000억원 상당. 이듬해 4월 법원은 진로그룹을 제3자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법정관리계획을 인가했다. 국내 소주시장을 1위 업체라는 명성에 맞게 1년여 경합이 벌어졌고 하이트맥주가 3조5000억원에 진로를 인수했다. 그 결과 부실채권에 투자한 골드만삭스와 대한전선은 각각 수천억원대 이익을 올렸다.
진로가 새 주인을 맞는 동안 장진호 전 회장은 검찰 수사로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그는 2003년 9월 보유 중이던 진로 주식 119만9474주(8.14%)를 '진로살리기운동본부'에 양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같은달 진로의 자금으로 부실계열사를 지원한 혐의 등으로 장 전회장을 구속기소했다. 5개월여 재판 끝에 1심 재판부는 징역 5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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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 전회장은 회사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비자금을 총동원해 뒤로는 진로의 부실채권 4000억원어치를 매집하고 있었다. 2심 재판부 결과 2004년 10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장 전회장은 4개월 뒤 캄보디아로 향했다.
장 전회장은 평소 친분이 있던 당시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장녀 '훈마나'의 도움을 받으며 은행업 등 각종 사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