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게임장서 발급하는 상품권, 현금으로 바꿔… 하루 30만원 이상 잃기도

지난달 21일 오후 3시20분쯤 동대문구 소재 S성인게임장. 대낮인데도 661.2m²(200평) 정도 되는 실내에 포커 게임기 90여대가 들어차 있었다. 게임장 이용자들은 20명 안팎. 희끗희끗한 스포츠머리에 6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은 게임기 앞에서 팔짱을 낀 채 고개를 푹 숙였다. 금색 뿔테 안경을 낀 중년 여성은 게임기 앞에 놓인 커피를 홀짝였다.
이용자중 포커 게임기를 손으로 조작하는 이는 드물었다. '똑딱이'라 불리는 손바닥만한 검은색 상자가 게임장에서 이용자 대신 자동으로 게임을 진행했다. 상자 밑면에 설치된 막대기가 움직이면 게임기 시작 버튼을 주기적으로 누르는 구조였다.
똑딱이는 실내 이용자 수의 4~5배에 이르는 포커 게임기 90여대의 거의 모든 시작 버튼 위에 올려져 있었다. 똑딱이가 한 번 버튼을 누를 때마다 100원이 차감되고 화면에 새로운 포커 패가 떴다.
실내의 어두운 조명을 지나면 '환전이 절대 되지 않으며 환전을 요구할 시 강제 퇴장조치 시킨다'는 안내문이 벽에 붙어있었다. 청바지 뒷주머니에 목장갑을 꽂은 A씨(44) 역시 게임기를 똑딱이에게 맡기고 흡연실로 들어갔다.
한판 100원이라고 얕봤다가…반나절 30만원 날리는 건 순식간
A씨 푸른 작업복 점퍼 소매 바깥으로 은행 대기표 같은 재질의 얇은 종이가 보였다. A씨는 이 종이를 '딱지'라고 불렀다. 딱지는 '상품권' '보관증' 등으로 불리는 게임이용권이다. 게임장에서 점수를 딴 이용자에게 보상으로 게임을 더 할 수 있도록 발행해주는 종이였다.
A씨는 "게임장이 환전을 해 주지는 않지만 점수만큼 딱지를 준다"며 "딱지 1만원 짜리 한 장에 현금 7000원 선으로 이용자 간에 거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A씨 손에는 1만원짜리 '딱지'가 대여섯 장 들려 있었다. 이날 A씨는 흡연실에서 다른 이용자에게 딱지 3장을 2만원에 팔았다.
S게임장 등에 설치된 '황금포커성' '스핑크스' 등 게임기는 포커형 게임으로 게임물 등급위원회로부터 정식 심의를 받은 게임이다. S게임장 등에서 포커게임기를 한 시간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은 1만원 안팎. 일본 빠친코 형식을 모방한 게임인 '바다이야기'와는 형식이 다르다. 당시 바다이야기는 '예고'와 '연타' 기능으로 게임 이용자가 한꺼번에 많은 금액을 잃거나 땄다.
S게임장에서 만난 김모씨(55)는 "게임이 한판 당 100원이라고 얕보고 들어와도 반나절이면 10만~30만원이 날라간다" 며 "게임이 잘 풀리지 않는 날에는 게임기 여러 대에 똑딱이를 올려놓고 돌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1년간 이 게임장에 다니며 꽤 많은 돈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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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게임장 관계자는 "포커게임은 뱅크(BANK) 점수가 30000점 이상일 때부터 상품권을 발행한다"며 "인근 H성인게임장도 게임 점수가 24000점 이상일때부터 상품권을 교환해준다"고 밝혔다.
대낮 불법 영업장 버젓이 횡행해도…단속 기관 '팔짱만'
지난 3월부터 게임장에서 상품권을 발행하는 행위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위반으로 구청의 행정단속 대상이다. 이 밖에도 한 사람이 2대 이상 게임기를 동시에 운영하도록 방치하는 성인 게임장도 영업자 준수사항위반으로 행정 단속대상이다.
다만 법률이 개정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이용자 간 상품권 거래를 제재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관련기관의 설명이다.
서울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상품권과 비슷한) 점수 보관증을 발행해 영업정지 5일 처분을 받은 성인 게임장 업주가 지난해 9월쯤부터 구청을 상대로 서울북부지법에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업주는 점수보관증 발행이 환전과는 관련 없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청소년은 1만점이나 2만점 등 일정 점수를 달성하면 좋아할 수 있다"면서도 "성인은 단순히 게임 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즐거워하지 않기 때문에 (현금 교환이 가능한) 게임장 업주는 상품권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게임 이용자 간 상품권 거래는 불법이 아니지만 게임장 업주가 개입하면 불법이란 태도다. 그러나 업주가 상품권 거래에 개입했는지 여부는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용자 간 상품권 거래는 불법이 아니지만 게임장 업주가 신분을 속이고 상품권 거래에 관여하면 처벌 받는다"며 "상품권이 게임 사행성을 조장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성인 게임장 가운데 관할구청에서 행정처벌 중 5번째 단계인 영업장 폐쇄 명령이 나오기 전에 폐업한다"며 "폐업한 사장이 사업자등록을 다시 받아 1단계인 '경고'로 단속 수위를 내려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