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와 경찰의 조력(助力)

[기고]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와 경찰의 조력(助力)

지영환 경찰청 대변인실 소통담당·정치학박사
2013.06.13 16:01

가정(家庭) 은 한 가족이 함께 살아가며 생활하는 사회의 가장 작은 집단이다. 그 집은 그 사회의 건강을 엿볼 수 있고 가정의 불행과 병폐는 사회 전체의 해악이 된다. 그동안 가정폭력은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이 유보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더 이상 ‘집안일’로 볼 수 없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가정폭력 원인에 대해 코프만(Kaufman) 은 생태론적 모델을 적용하여 크게 사회적, 가족적, 개인적 수준으로 구분하였다. 가족·개인적 문제는 부부간의 잦은 논쟁, 종교상의 갈등, 결혼문제 등을 지적했다. 사회적 수준과 관련된 요인으로는 체벌을 지지하는 문화, 아이를 하나의 소유물로 간주 하거나 경제적 침체, 편모나 편부의 미흡한 역할, 실업과 사회적 자원의 부족을 들 수 있다.

가정폭력 행위자는 아동기의 학대 경험, 낮은 자존감, 낮은 지능, 아동기의 친구관계 미숙, 대인관계 등을 포함하는 개인적인 요인, 중간수준인 결혼불화, 아동의 성적이나 행동문제, 아이의 양육에 따른 스트레스 등의 요인도 있다.

독일 경찰은 가정폭력문제를 ‘가정사’라는 입장에서 접근한다는 비판을 받아 특수훈련프로그램을 제도화 하고 문제를 다루는 기술을 향상시키는 전략을 개발했다. 프로젝트 하나가 특별전담부서로 여성경찰관이 배치되는데 이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자에게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고 동료경찰관들에 대한 교육과 대중 일반인에 대한 정보제공을 위한 것이다.

1995년 독일 정부에서 ‘여성에 대한 남성폭력 : 경찰훈련 개요’라는 보고서를 독일 전역에 있는 경찰기관에 배부하였다. 이 영향으로 노르트라인(Nordrhein)과 베스트팔렌(Westfalen) 주와 같은 많은 주에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999년 슈바인푸르트(Schweinfurt) 경찰은 가해자에 대한 기소와 유죄율을 높이기 위해 전담검사와 여성경찰관이 함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는 1980년경부터 가정폭력에 대해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가해자로 하여금 추가적인 학대행위를 억제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민사보호명령(Protection order)을 채택하고 있다. 이것은 가해자를 감옥에 보내지 않고, 다만 거주지에서 내보내거나 폭력을 중단시키고 싶을 때 가장 유용하게 이용 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일본은 신속한 범인검거를 위해 2009년부터 도입·운영 중인 ‘경찰정보통합 단말기(Personal Identity Transform)’일부를 가정폭력 피해자 등에게 무상 대여하여 하고 있다. 이‘PIT’에는 GPS(위성 위치확인시스템) 가 내장되어 있어 소지자의 위치정보가 실시간 확인 가능하고, 긴급통화 버튼을 누르면 경찰의 신속한 현장 대응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영국에서는 가해자 접근금지 등 기존의 가정폭력 피해자 신변안전 조치에 수일 이상 시간이 소요되어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던 점을 개선하여 법원의 결정이 없어도 현장 경찰관이 가해자 격리 등 신속히 임시조치를 할 수 있도록 ‘가정폭력 보호통지·명령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유교적인 문화의 영향으로 인하여 피해자나 가족들에 의한 신고는 쉽지 않았다. 아버지의 어머니에 대한 폭력, 부모의 자녀 폭력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애착을 방해하는 그동안의 가부장적·수직적 관계 구조에 사회적 에너지나 공권력이 투입되지 못해 폭력의 악순환에 빠져들게 하는 측면도 있지 않았나 싶다. 또한 가족이라는 정서로 인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의 특수성으로 인해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기에 ‘남의 가정사’가 아닌 심각한 ‘폭력행위’로 여기는 사회·문화적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는 “누구든지 가정폭력범죄를 알게 된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아동, 노인, 장애인과 가정폭력피해자를 위한 병원, 학교, 보호시설, 상담소 등의 종사자에 대한 신고의무가 부과되어 있는 만큼 이들 기관의 종사자의 적극적인 신고정신이 요구된다.

가정폭력은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추가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원칙이 중요하다. 가정폭력 신고 활성화를 위해 상담 및 치료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 권리 고지 확인서와 신고절차, 피해자 치료·보호시설 안내, 가해자 교정·교육·치료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리플릿을 친절하게 배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유형별 현장대응 요령교육, 매뉴얼 배부, 관련단체와 현장 경찰관 가정폭력 인식 개선교육 등 추진은 시의적절 하다.

그동안 도움의 손길이 제대로 닿지 않았던 결혼 이주여성을 위해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긴급임시조치’및‘임시조치’신청절차 등이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발전시켰다. 하지만 늘 법이나 생활환경에 사각지대가 있기 마련이기에 경찰은 피해자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가정폭력 피해자 권리고지 안내문’언어를 4개 국어에서 6개 국어로 늘리고 성폭력 피해자에게도 제공하는 방안도 포함 시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긴급임시조치 및 현장출입·조사 위반시 제재수단 마련의 일환으로 유치신청 및 현행범 체포 등 가해자를 강제격리 수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계류 중에 있는데 응급조치 내용으로 현행범 체포 규정이 시급히 통과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의회의 지원이 절실하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와 경찰의 최선을 다하는 조력(助力)은 사회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