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사퇴 압력설' 檢 정치중립은 어디로

'채동욱 사퇴 압력설' 檢 정치중립은 어디로

김훈남 기자
2013.09.15 11:36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부터 법무부와 마찰…檢 내부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 하겠냐"

채동욱 검찰총장(오른쪽)이 전격 사의를 밝힌 13일 황교안 법무부장과 채 총장이 각각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채동욱 검찰총장(오른쪽)이 전격 사의를 밝힌 13일 황교안 법무부장과 채 총장이 각각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혼외자 논란'에 휘말렸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검찰 내부에선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혼외자 논란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 제기 의사와 유전자검사 조속 추진 방침을 내놨음에도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사상 초유의 감찰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검찰 일선에선 국가정보원의 정채개입의혹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처리과정에서 현 정권과 마찰을 빚어온 채 총장에 대한 '보복성 밀어내기'가 아니냐는 불만 높은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채 총장과 현 정권의 마찰은 국정원의 지난해 대선개입 의혹의 중심에 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62)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55)의 사법처리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사팀과 채 총장은 두 사람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으나 황 장관은 '신중론'을 제기하면서 재검토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일피일 사법처리방향이 결정되지 않았고 선거법위반 사범의 공소시효가 임박한 6월11일에서야 두 사람을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불구속기소하기로 결론났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정에 흠집이 남을 것을 우려한 황 장관과 채 총장의 힘겨루기 끝에 나온 절충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뒤이어 지난달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의 전격 교체 인사를 즈음해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청와대가 채 총장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풍문이 떠돌았다. 채 총장을 비롯한 검찰과의 관계설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전격 인사단행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풍문이 있은 지 1달이 채 안 돼 채 총장의 혼외자 논란이 불거졌다. 다시 1주일만에 황 장관이 유례없이 진상파악을 지시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하며 채 총장이 전격 사퇴한 셈이다.

법무부는 "황 장관 등이 채 총장의 사퇴를 종용한바 없고 진상파악 지시 역시 황 장관이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비리행위에 대한 본격 감찰이 아닌, 순수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조사라는 입장이지만 30년 가까이 법무-검찰에 몸담아온 황 장관이 '현직 총장에 대한 감찰지시=사퇴요구'라는 의미를 몰랐을 리 없다는 게 검찰 내부의 중론이다.

또 검찰총장의 진퇴에 관한 것 인만큼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 없이 황 장관이 사퇴압박을 할 수 없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특히 채 총장은 조선일보의 최초 보도 직후 "검찰 흔들기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혀 이 같은 '배경설'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현 정권과 마찰을 빚어왔던 채 총장의 사퇴를 두고 "정권이 정치적으로 장악하려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재판 중인 원세훈 전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과 수원지검에서 수사 중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박근혜 정부의 눈치를 안 볼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서울 지역에 근무 중인 A검사는 "민감한 사건 처리에 영향이 없을 수 없다"며 "현직 총장이 저런 모욕적인 방식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중립적인 수사가 가능하겠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채 총장의 사퇴에 대해 김윤상 대검 감찰1과장이 사표를 내고 평검사 회의가 잇따르는 등 집단행동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를 진정시키지 못할 경우 법무부에 대한 다른 차원의 '검란'(檢亂)사태가 불거질 것이란 관측과 채 총장 이후 차기 총장의 수사 지휘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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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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