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취업전쟁] (2-1) 취업준비생 잡는 업체들

#올 초 대기업 상반기 공채를 앞두고 온라인 취업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취업성공을 위한 매직 쌍커풀 48마넌(만원)'이라는 홍보글이 올라왔다. 조회수는 곧 500을 넘었고 수십 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취업을 위한 성형상담은 그 자리에서 비공개 댓글로 진행됐다.
서울 중상위권 대학의 사회학과 졸업 예정이라고 소개한 A씨(26)는 "외모가 학벌이나 토익점수 못지않게 새로운 경쟁요소로 작용하면서 '취업성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며 "남들 하는 만큼 쁘띠성형(보톡스, 필러 등 주사제를 이용해 성형의 목적을 달성하는 수술) 정도는 해야 하는 건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전쟁이 치열해지자 준비생들을 붙잡으려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취업학원은 기본. 취업컨설팅, 취업성형, 취업다이어트, 취업사진 등 간판에 '취업'을 덧붙인 곳이 급증한다.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큰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들은 '취업 길라잡이'라고 내세우지만 절박한 심리를 돈벌이에 활용한다는 쓴소리가 적잖다.
◇"취업준비생 잡아라" 학원부터 성형외과까지…=취업전문 학원은 공무원, 대기업, 공기업까지 그 대상이 다양하고 개설과목도 자기소개서 작성부터 인적성, 면접까지 세분화돼 있다. 이들 강의는 그때 진행 중인 채용일정에 맞춰 개설되는데 최근에는 삼성, 현대차, CJ 관련이 많다.
수강료는 과목과 시간에 따라 제각각이다. 유명 취업학원의 삼성전자 면접반은 하루 4시간 강의에 30만원을 받는다. 이들 학원은 상반기 삼성전자 기출문제 및 평가표를 복원해 면접을 실제로 진행한다고 홍보한다.
학원 외에도 1대1 취업컨설팅도 성행한다. 이 컨설팅을 받은 한 대학생은 "지원자의 장단점과 기업분석까지 해준다"며 "자기소개서 컨설팅의 경우 첨삭을 하면서 대필 수준으로 다시 써줘 만족도는 높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면접에 대비한 이미지컨설팅이 인기가 높은데 수강료가 대개 시간당 10만~20만원이다. 유명 강사를 통해 2∼3시간 컨설팅을 해주고 100만원을 받는 곳도 있다고 취업준비생들이 전했다. 이들은 모의면접을 실시한 후 녹화동영상 등을 통해 걸음걸이부터 목소리까지 교정해주고, 기업별 '족집게'식 예상질문과 1분 자기소개 등을 가르쳐준다.
취업스터디와 연계한 컨설팅업체들도 등장했다. 이들 업체는 취업스터디를 개설해준 뒤 장소와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회비 형식으로 돈을 받는다. 학원이나 컨설팅업체 강사들은 대부분 대기업 인사팀이나 인재개발원 출신이라고 소개하는데 확인할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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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서 출판사들도 이 시장의 '큰손'이다.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인적성'을 검색해보면 관련 도서가 382종에 달한다. 교보문고의 10월 첫째주 베스트셀러 15위권에 인적성 관련 문제집이 3권 포함될 정도로 판매량도 제법 된다. 에듀스, 해커스 등 수험서 전문 출판사들은 취업전문 포털서비스에도 뛰어들어 기업분석, 자기소개서, 면접가이드 등을 유료로 제공한다.
서점관계자는 "서류합격자 발표가 난 다음날은 인적성 문제집이 거의 다 팔린다"며 "취업시즌에는 취업관련 서적들을 메인코너에 배치한다"고 전했다.
성형외과 역시 취업준비생을 그냥 놔 두지 않는다. 병·의원 경쟁도 치열한 탓인지 일부 의원은 맞춤형 마케팅을 펴기도 한다. 인터넷포털 검색창에 '취업성형' '면접성형' 등을 치면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가 줄줄이 나온다.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성형외과의 상담실장은 "외모 덕분에 취업에 성공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치는 없지만 수술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해 면접을 통과했다는 후기를 올리는 사례는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결제시 할인해주겠다고 운을 뗀 후 "스스로 자신감을 얻고 면접관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기면 의미있는 것 아니냐"며 방문을 권했다.
이밖에 메이크업부터 의상까지 세팅해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빚'에 울고 '빛'을 기다려"=취업준비시장이 커지면서 준비생들의 부담도 늘고 있다. 이제 대기업에 지원한 예비졸업생들에게 인적성시험 전 1권당 2만원 넘는 문제집 2~3권 풀고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는 것은 기본이 됐다.
한 취업준비생은 "컨설팅을 받아 자기소개서를 냈는데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다"며 "하지만 학원이나 컨설팅업체들을 다시 찾는데 불안감이 어느 정도 가시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요즘은 다들 이렇게 한다"며 "우리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취업컨설팅 효과도 불투명하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 팀장은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낸 자기소개서와 면접 모범답안, 엇비슷한 외모가 얼마나 인상적이 될지 반문해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준비생) 스스로 지원하려는 업종의 시장을 연구하고 해당 기업의 인재상을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학 자체도 취업전쟁에 몸살을 앓고 있다. F학점은 이제 A학점보다 받기 어렵다. 이른바 '학점 퍼주기' 현상으로, 높은 취업률이 신입생 유치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일부 대학이 재학생 취업 지원에 뛰어든 결과다.
서울시내 한 사립대학의 전임강사는 "대학이 취업서비스까지 담당하게 된 게 현실"이라며 "옳고 그름을 떠나 학점을 높게 주는 게 제자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법이자 대학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길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졸업생들이 상대적인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배려'하는 조치도 나온다. 이화여대는 성적 평가시 만점을 종전 4.3점에서 지난 9월부터 4.5점으로 바꿨다. 연세대와 서강대 역시 학점 환산 방식을 학생들에게 유리하도록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