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쪽짜리 원격의료로는 안 된다

[기자수첩]반쪽짜리 원격의료로는 안 된다

이지현 기자
2013.11.22 06:50

"원격의료 도입은 찬성하지만 정부 방식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원격의료법은 공청회 한번 안하고 도입되는 것입니다. 제대로 될 리 있겠습니까? 동네의원, 환자, 대학병원 모두 상생하려면 다른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최근 만난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가 입법예고한 원격의료 법안에 문제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현 원격의료법안의 문제점은 원격의료 대상이 재진환자에 국한돼 있고, 동네의원에서만 원격진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입법 예고안대로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의사를 만나 당뇨나 고혈압 등으로 진단받은 만성질환자는 동네의원에서 원격으로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환자가 원격의료를 이용할지 미지수다. 법안에 약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탓이다. 처방전을 원격으로 받아도 약을 타기위해 환자는 동네병원 바로 옆에 있는 약국을 찾아야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나설 길이라면 의사 얼굴이라도 직접 보는 게 낫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약 배송까지 포함하면 특정약국이 처방전을 대량으로 받아 각지로 배달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동네약국이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치 원격의료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동네의원 주장을 복지부가 되풀이하는 듯하다.

제도 시행에서 규모가 있는 병원들을 배제한 것도 원격의료 이용자가 늘어날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대학병원 한 교수는 "환자들은 대학병원 의사가 자신의 상태를 꾸준히 봐주고 있다는 안정감과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대학병원을 찾는다"며 "대학병원은 일종의 보험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병원과 동네의원을 함께 포함시켜 동네의원 진료 데이터를 대학병원에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환자 유인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돼야 동네의원과 대학병원 모두 원격의료를 찬성한다는 논리다.

원격의료는 도입해야겠고, 동네의원 반대는 불 보듯 뻔하니 병원도 환자도 모두 환영하지 않는 '반쪽짜리' 원격의료법이 나온 것이다.

세계 의료시장은 지금 원격의료로 패러다임이 대변화를 맞고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한국 원격의료는 세계시장에서 더 뒤쳐지게 된다. 산업 육성을 위해 어정쩡한 법안이 아닌 제대로 된 법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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