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노역' 허재호 노역중단조치, 문제 없나

'황제노역' 허재호 노역중단조치, 문제 없나

이태성 기자
2014.03.27 05:20

법조계 "검찰 명확한 기준 있는지 의문…없다면 반드시 문제 생길 것"

검찰이 황제노역 논란을 일으킨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노역을 중단시킨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이 여론에 떠밀려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 때문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역 중지는 일종의 형집행정지 결정으로 형사소송법에 따른 것이다.

형사소송법 492조는 벌금이나 과료를 완납하지 못한 자에 대한 노역장 유치의 집행은 형의 집행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471조에는 징역, 금고 또는 구류를 선고받은 사람에 대해 일정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일반적으로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수형자가 형집행정지를 신청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검찰이 형 집행을 정지하겠다고 나섰다.

검찰은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 집행정지가 허용되는데 허 회장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벌금을 못 낸다고 보고 노역을 시키다가 노역을 중지하고 다시 벌금을 받아내겠다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전례가 없는 일을 하루만에 결정을 내렸다"며 "향후 문제될 수 있는 부분도 전부 살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에 여론에 밀려 무리한 수를 둔게 아니냐는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현실적으로 언론에서 여러 문제제기를 했고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고 정의 관념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허 전회장의 노역 중단이 여론 때문인 점을 인정하면서도 "과거 비슷한 전례가 있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 사기죄로 중국에서 복역하다 범죄인 인도 결정을 받아 국내로 온 뒤 다시 중국에서 형을 집행해야 하는 피의자를 현지로 재송환하는 과정에서 같은 이유로 형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벌금 대신 유치장 노역을 하는 환형유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재산을 숨긴 채 노역을 택하는 사람이 허 전회장 한사람은 아니다"라며 "검찰이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이같은 선례를 남겼다면 모르지만 여론에 떠밀려 허 전회장을 표적으로 이런 조치를 내렸다면 법적으로도 반드시 문제가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검찰의 조치가 헌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그 책임도 결국 검찰이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이 이런 무리수를 둔 배경에는 벌금을 선고유예 해달라고 구형했던 자신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광주지검은 허 전회장에 대해 징역 5년에 벌금 1000억원을 구형하면서 ‘탈루 세금을 납부했고 횡령금도 변제 공탁했다’며 이례적으로 벌금을 선고유예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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