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8일째]과적·복원성 악화 겹쳐…"내항선 안전관리 강화해야"

지난 21일 해양수산부가 '세월호'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기록을 일부 복구하면서 세월호가 사고 당시 변침점에서 115도가 아닌 45도로 우회했음이 밝혀졌다. 당초 알려졌던 것보다 각도가 완만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월호가 비교적 작은 회전에도 견디지 못하고 전복된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5일 출항 시 세월호의 화물·복원성·연료량 등 조건이 이미 문제를 안고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화물' 관리부실이 재앙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화물 과적…"아무리 많이 실어도 몰라"
화물은 선박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주요소다. 임종휘 한국해양대 교수는 "배에서 가장 큰 사고는 화물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엄청난 무게의 화물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복원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선박은 운항관리규정에 화물적재량과 적재방법을 명시해 지키도록 하고 있다. 청해진해운 측은 지난 16일 "중량톤수(3963t)보다 적은 3608t을 실어 문제가 없다"며 과적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한국해운조합에 따르면 세월호는 지난 15일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 화물 657t, 차량 150대를 실었다고 축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실제 세월호가 15일 출항 시 화물을 얼마나 실었는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것. 운항관리실은 바다 상태를 점검하고 운항허가를 내릴 뿐 선적 감독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1등 항해사는 모든 화물의 중량과 위치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화주는 명세서를 배에 제출하고 선장의 위임을 받은 선주는 각 화물의 중량 등을 꼼꼼히 점검한 후 선하증권(B/L)을 화주에게 발급하게 돼 있지만 이 과정은 대체로 생략되는 실정이다.
김세원 한국해양대 교수는 "선주는 컨테이너 1대에 얼마, 이렇게 돈 계산하고 실어주는 데 급급하고 트레일러 기사는 어디서 어디까지 운송해주는 데만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화물 고박부실·증축·평형수 부족…'선박복원성' 악화
모든 선박은 항해 도중 파도나 회전 등에 의해 한쪽으로 쏠려도 원위치로 돌아오는 복원성을 지니도록 설계된다. 그러나 화물이나 여객이 한쪽에 치우치거나 무게중심이 높아지면 복원성을 상실하고 배가 쉽게 뒤집힌다.
세월호는 지난해 2월까지 3~5층에 일반승객 117명을 더 수용할 수 있는 객실 증설 공사를 했다. 이로 인해 수직무게중심(BCG)이 51cm 상승했다. 구조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고 순간 컨테이너가 '쾅'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중심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물 고정까지 불량해 쏟아져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3~4층 높게 쌓인 컨테이너가 쇠줄 아닌 밧줄로 묶여있었다는 승무원의 증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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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휘 교수는 "화물을 묶는 고정 규정이 있지만 밧줄로 대충 묶으면 된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육상에서도 트럭에 화물 고정을 대충 해 화물이 떨어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배 밑바닥에 싣는 평형수(平衡水·밸러스트)가 적게 실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는 재화중량톤수를 측정하는 선인 만재흘수선(滿載吃水線)을 맞춰야 출항이 가능한데, 화물을 더 싣기 위해 평형수를 뺄 수 있기 때문이다.

◇영세한 내항선, 안전관리시스템 총체적 부실
세월호는 지난 2월 한국선급에서 실시한 안전검사에서 선체 내·외관, 기관, 배수설비, 통신설비 등 100여 개 항목 '적합'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객실 증설 후 시행한 도면 검사와 선박 복원성 시험, 선상 경사도 시험도 통과했다.
임종휘 교수는 "증축 후 안전성이 떨어졌는데도 한국선급이 통과시킨 것은 안전범위에 들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22일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선급은 세월호의 복원성검사를 통과시키며 "화물량과 여객을 각각 1450t과 5t씩 줄이고 평형수를 2배 높이라"는 조건을 전제했지만, 승인 후 실제 지키는지 감독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세원 교수는 "한국선급은 내항여객선에 대해 1년 마다 안전검사를 실시하지만 화물 배치나 평형수 등을 통상적인 수준으로 가정하기 때문에 실제 운항 시 변수에 대한 관리는 되지 않고 있다"며 "본선이 매 항차마다 검사해야 하는데, 외항선이 매 입출항시 까다롭게 복원성 등을 검사하는 것과 달리 영세한 내항선은 거의 안 한다"고 말했다.
배는 운항 중 밑부분의 탱크가 비게 돼 자연적으로 무게중심이 올라간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한 선사가 여객 한 명, 화물 하나라도 더 실으려 복원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항해 중 변침점에서 작은 회전을 못이겨 기우뚱 무너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