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잇따라 무죄..법원 "증거, 신빙성 없어"

'간첩사건' 잇따라 무죄..법원 "증거, 신빙성 없어"

김만배·김미애·이태성·김정주·황재하 기자
2014.09.06 05:00

[서초동살롱<28>]검찰 '공안수사', 국민 신뢰 회복할 수 있을까?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유우성씨/사진제공=뉴스1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유우성씨/사진제공=뉴스1

추석을 앞두고 검찰이 곤혹스러운 주말을 보내게 됐습니다. 어제 법원은 '북한 보위사령부' 직파간첩 사건 피고인의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지난해 4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발표가 있은지 5개월 만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로서는 무리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검찰의 공안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도 한 층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 "증거능력 불인정"..간첩사건 또 '무죄'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무죄를 왜 선고한 것일까요?

검찰이 공소장에서 언급한 홍모씨의 혐의는 이렇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홍씨는 1999년 5월 노동당에 가입한 후 2012년 5월 보위사령부 공작원으로 선발돼 지난해 8월 탈북자, 탈북자단체, 국가정보원 정보세력 등을 파악하여 보고하라는 지령을 받았다는 겁니다.

즉, 홍씨는 간첩임무수행을 위해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잠입했다는 것이 공소사실의 요지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홍씨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이 '유죄를 입증한다'며 제출한 증거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제출된 증거를 믿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물론 검찰은 재판과정에서 '회유'와 '조작' 주장을 반박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작성된 진술서와 국정원,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 홍씨가 작성·제출한 의견서와 반성문의 증거능력을 모두 배척했습니다.

합신센터 조사부터 홍씨는 사실상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를 받는 사실상 피의자 지위에 있었는데도, 홍씨에게 진술거부권·변호인조력권이 있다는 사실이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으므로 진술서 등은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앞서 법원은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우성씨 사건에서도 핵심 증거인 유씨 여동생 진술의 증거 능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었습니다.

사실상 구금된 상태에서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고, 적법한 절차 없이 진술 조서가 작성됐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변 "진상규명" vs 검찰 즉시 항고 "납득 못해"

홍씨에게 이날 무죄가 선고된 직후 민변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대해 진상규명을 촉구했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허위자백을 강요한 수사기관에 의해 조작된 것이므로 특별검사 등을 통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검찰은 "납득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하며 즉각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일단 검찰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홍씨에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조력권 등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게 검찰의 입장입니다. 우리나라는 수사상 제약이 많고, 특히 법원에서 증거를 판단할 때 일반 형사범에 비해 오히려 안보사범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하소연까지 했습니다.

"매 조사때마다 미란다 원칙의 핵심적 부분을 고지하고 수사 이후 구체적 내용을 서면으로 확인해 본인의 서명까지 받았는데 사소한 흠결을 가지고 전체 진술 증거능력까지 부정해야 하느냐"며 이런식이라면 수사기관으로서는 간첩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까지 말합니다.

법원이 너무 형식적인 논리로 증거의 능력을 판단한다는 비판을 쏟아냈는데요.

그러나 '증거조작'까지는 나아가지 않더라고, 우선 검찰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공소사실을 입증하는데 실패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형사소송에서 검찰은 피고의 범죄 사실에 대해 명백히 입증할 책임을 가집니다. 공소사실에 대해 재판부의 '합리적 의심'을 다 풀어줘야 하는데요.

조금이라도 합리적 의심이 간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형사재판의 대원칙임을 검찰이 모를 리 없습니다.

유씨 사건 이후 또 다시 '간첩 혐의' 사건에서 법원의 무죄 판결이 나오게 되어, 국정원은 물론 검찰의 수사 방식과 내용을 놓고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다시 공안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