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의 사직서 제출은 법적으로 보장되는 개인의 자유다. 학교가 이를 거부할 권한이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교수 입장에선 교수 나름의 인권이 있다. 해당 교수도 큰 책임을 느껴 사직서를 제출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대측은 4명의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하자 이를 수리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면직으로 서울대 교수 신분이 아니게 돼 교내 인권센터의 조사도 중지된다고 했다.
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거나 인사조치할 권한은 대학과 총장에게 있다. 서울대는 이를 전부 수사기관에 떠넘긴 채 수수방관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었다.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아무런 진상조사도 시작하지 않은 학교가 사건을 덮어버렸다"며 반발했다. 서울대의 제 식구 감싸기, 꼬리 자르기식 처사라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결국 나흘만인 지난 1일 결정이 번복됐다. 서울대는 사직서 수리 방침을 취소했다. 교내 인권센터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피해자 대책위는 "언론과 여론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학교 측은 면직 결정을 그대로 밀어붙였을 것"이라며 "늦게나마 학교 측이 사표 수리를 번복하고 진상조사를 진행하기로 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행 법제상 범죄를 저지른 사립학교 교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면 수리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법인화로 교수의 대다수가 사립교원 신분이 된 서울대도 마찬가지다. 국·공립대의 경우 '비위 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 제한에 관한 규정'이 있어 비리 교수는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직할 수 없다. 결과에 따라 파면이나 해임 등 징계를 받는다. 타 대학에의 재임용도 제한된다.
처벌은커녕 공론화조차도 어려운 것이 성범죄 사건이다. 대학교수와 학생처럼 갑을관계라면 더욱 어렵다. 그런데 10년간 2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교수 사회의 제식구 감싸기와 규정 미비의 와중에 사직서 한 장으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묻힐 뻔 했다. 해당 교수는 조사도 징계도 피하고 타 대학에 재임용 될 수도 있었다. 공무원과 공립교원에게만 적용되는 의원면직 제한 규정을 사립교원에게도 적용해야 하는 이유다.
서울대 사건과 구멍난 규제강화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고려대는 성추행 혐의 교수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중앙대에서는 성추행 혐의 교수가 사직서를 내 놓고도 버젓이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피해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