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통진당 해산과 집회의 자유

[기자수첩]통진당 해산과 집회의 자유

신희은 기자
2014.12.23 16:13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정당해산을 선고하면서 경찰이 고민에 빠졌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정당해산 이후 이를 규탄하는 집회·시위가 불법이냐 아니냐를 따져 대응해야 할 역할을 맡은 탓이다.

경찰은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세워 불법성을 판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모호한 기준과 자의적인 해석으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22일 "헌재의 정당해산 선고 이후 있었던 집회들에 대해 불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현장에서 친북적 발언이 나온다면 바로 사법조치, 해산명령이지만 경계선상이라면 전후 관계를 종합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의 목적과 주최, 참석자, 발언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법성을 사후 판단하겠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즉각적인 조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일종의 '경고'를 한 셈이다. 앞서 경찰은 대검찰청과 통진당 해산에 따른 긴급 공안대책 협의회를 열고 불법 집회·시위의 기준과 처벌 방향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조항에 명시된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위한 활동'부터 시작해서 가이드라인 명목으로 제시한 항목들의 범위, '친북적 발언'을 판단하는 기준 등은 모호함 투성이다.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에 기반한 정당한 비판인지, '법 위반' 수준인지를 놓고 시민사회와 공권력 간 전례는커녕 충분한 공감대도 형성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벌써부터 통진당 해산 선고를 계기로 국가보안법 사범에 대한 단속 강화와 집회·시위 강경 대응 등 '공안 정국'이 조성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한 분위기다.

경찰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하거나 폭력혁명을 선동하는 등의 납득할 만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친북적 발언'이나 참석자 규모, 발언 수위 등 광범위한 개념을 판단 잣대로 삼은 것도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키는 촉매가 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헌재 결정의 부당성, 통진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하지 않았다는 의견 등을 '정당 목적 달성을 위한 활동'으로 해석하면 표현의 자유를 매우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집회 시위에 대한 무리한 처벌은 국제적 망신거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직까지 현장에서든 사후적으로든 집시법 5조1항을 위반했다는 판단이 내려진 사례는 없다.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이후, 경찰이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놓고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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