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화재]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 불길이 어처구니없이 주변건물로 옮겨 붙은 데는 좁은 건물간격과 가뜩이나 좁은 간격을 더 좁게 만든 설비시설들이 있었다. 이 때문에 불과 연기 등이 주변건물로 전달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11일 의정부 화재가 발생한 건물 등의 등기부등본에는 건축도면상 건물 간격이 1.5~1.7m로 등록돼있다. 하지만 불길이 번진 상가건물과 '해뜨는 마을' 사이의 간격은 약 1m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좁은 건물 간격 때문에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한 동시에 옆 건물로 쉽게 확산됐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엽래 경민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건축법상 건물 사이 최소 간격은 1m이기 때문에 법적 문제는 없다"면서도 "화재 시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 간격이 1m라면 세기가 강한 '골바람'이 분다"며 "불이나 연기가 쉽게 옆 건물로 전달될 수 있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좁은 건물 사이는 건물 외벽에 설치한 각종 설비시설 때문에 더 좁아졌다. 불이 옮겨붙은 '해뜨는 마을' 건물과 옆 상가건물 사이에는 65cmX60cmX41cm 크기의 압력 조정기 박스나 각종 배관 등이 설치됐다. 좁은 간격에 각종 장애물들로 인해 연기가 빠져나가는 데 더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화재 당시 설비시설 외에도 쓰레기 더미 등 구조활동의 방해 요소들이 건물 사이에 산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당시 건물 안쪽에서 상당수의 피해가 발생했던 점을 비춰 소방 인력의 이동이 수월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현장에 파견됐던 한 소방관은 "건물과 건물 사이로 진입하면 저층부 화재진압에 도움이 됐을 수 있으나 당시 장애물 등으로 막혀 들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의정부시 관계자는 압력조정기나 가스배관 등 설비시설은 건축 허가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처마나 차양시설과 달리 가스배관 등의 설비시설은 건축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건축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쓰레기 더미 등 각종 장애물에 관해서는 "구조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다소 위에 설치하는 등 위치를 조정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11일 의정부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27분쯤 경기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된 오토바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해당 아파트 등에서 거주하던 4명이 사망했고 124명이 부상당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