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곳곳 '안전취약지']②대학가 원룸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한 대학가의 원룸촌. 승용차 한 대가 간신히 들어갈 만한 골목을 따라 원룸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그마저도 주차된 차량으로 길이 막혀 들어가기 쉽지 않았다.
A건물 안으로 들어가보니 내부는 더 열악했다. 방들이 'ㄷ'자로 배치된 탓에 한쪽 방에서 문을 열 경우 다른 쪽 방문이 가로막히는 구조였다. 지층부터 3층까지 16가구가 있었지만 소화기는 단 하나. 그마저도 심하게 낡아 있어 작동 여부가 의심스러웠다.
지난 10일 12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사건으로 재난 대비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되는 가운데 대학가 원룸 역시 화재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법건축 등으로 화재에 취약한데다 관리도 미비해 피해가 더욱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종로 일대 다른 건축물들도 A건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근의 다른 원룸 건물 역시 방들이 'ㄷ'자로 배치돼 있었다. 계단은 각 방에서 내놓은 쓰레기나 집기들이 늘어져 있어 통행이 어려웠고 소화기는 아예 없었다.
이 건물 2층에 사는 대학생 김 모씨(27)는 "고데기나 전기매트 등 발열기구를 많이 사용하는 여학생의 경우 화재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며 "건물에 소화기나 스프링클러 등 소화시설이 전무해 불이 난다면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기형적 구조의 원인은 불법건축이다. 이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2층과 3층에 각 1가구씩 모두 2가구가 등록돼 있다. 하지만 실제론 지층부터 3층까지 총 16가구가 입주해 있었다. 불법적으로 방을 '쪼갠' 것.
불법건축은 소방안전과 직결된다. 건축업자 이모씨(55)는 "'방 쪼개기'를 하면 공간 확보를 위해 이동통로나 환기시설, 소방시설 등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식으로 불법건축된 원룸들은 소방관리도 미비한 경우가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같은 일이 '관행'처럼 여겨진다는 점.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위험하다는 것은 알지만 이 일대 원룸주 가운데 열에 아홉은 다 그렇게 먹고 살아왔다"며 "구청에서 단속한다고 하면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좁은 골목길도 화재 위험을 키우는 요소로 지적됐다. 종로소방서 관계자는 "해당 대학가는 도로가 협소해 소방통로 불통지역으로 구분돼 있다"며 "불법주차 차량과 보행자도 많아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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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현재 종로 관내에 위치한 소방통로 불통지역 37개소에 소화기 2개와 소화전 1개가 들어가는 비상소화장치함 설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이 많지 않아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