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한 이재민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갑갑한 이재민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박소연, 의정부(경기)=김민중 기자
2015.01.13 05:30

[의정부 화재]이재민들 격앙된 분위기 누그러져…차분히 피해보상 등 논의

12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이재민 대피소인 경의초등학교에서 이재민들이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다. /사진=뉴스1
12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이재민 대피소인 경의초등학교에서 이재민들이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화재 사흘째인 12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경의초등학교 대강당. 지난 이틀간 이재민들 사이에 감돌던 격앙된 분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누그러지는 모양새다.

대강당 안팎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들의 반응은 차분했다. 박모씨(57)는 "헬기가 떠 바람이 심하게 분 게 불이 번지는 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소방관들도 열심히 구하려다 그런 건데 그들에게만 잘못을 뒤집어씌우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그저 다시 어머니의 보금자리를 찾아드리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김모씨(24)도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예전처럼 돌아가는 게 목적"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이재민들이 모여 있는 대강당 임시거처엔 노란 텐트 60여개가 줄지어 있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총 87개의 텐트를 설치했다"며 "여기에 61개, 학교 교실에 26개가 있다"고 말했다. 텐트 밑에는 단열재인 스티로폼 매트가 깔려 있어 이재민들은 바닥의 한기를 피할 수 있었다.

강당에 늘어진 텐트 5개 중 1개꼴로 이재민들이 자리해 있었다. 나머지 이재민들은 텐트 밖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강당 밖 임시 식당에서 도시락이나 라면 등으로 허기를 달랬다.

KT 소속 자원봉사자 A씨는 "세월호 참사 때 단원고에서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는 말 한마디 못할 분위기였고 가만히 앉아있어도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그에 비하면 이곳은 차분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은 화재가 발생한 10일의 분위기와 상반된 것이다. 당일 오후 2시 일부 이재민들은 김석원 의정부 소방서장에게 "헬기로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활동을 해 불길이 옆 건물로 옮겨 붙었다"며 잘못을 인정하라고 강하게 성토한 바 있다.

이날 이재민들은 대부분 담담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자원봉사자들이 유니폼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이들과 쉽게 구별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곳 강당엔 의정부시 관계자 10여명, 자원봉사자 90여명을 포함해 경찰, 기자 등이 이재민 수보다 많았다.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불만을 토로했다. 한 의정부시 관계자는 "단독주택에 살던 일부 이재민들은 소방 측에서 화재를 초기 진압하는 데 실패했다는 주장을 폈다"고 귀띔했다.

대강당에는 KT IT서포터즈와 의정부시 자원봉사센터, 의정부3동 새마을 부녀회, 시민경찰, 대한적십자사 등 각계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 90여명이 묵묵히 봉사 중이었다. 한 부녀회 관계자는 "주로 적십자사가 자원봉사를 주도한다"고 말했다. 적십자 관계자들은 삼성과 사랑의 열매가 후원한 구호물품 박스를 뜯어 담요와 양말 등을 이재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한 의료 봉사자는 "어제 52명, 오늘 31명이 대부분 감기 증세를 보이며 찾아왔다"며 "감기뿐 아니라 두통, 타박상, 소화 장애, 근육통을 호소를 이재민도 있었다"고 했다. 한 심리상담 봉사자는 "어제 오늘 합쳐서 10명 정도가 심리치료를 받으러 왔다"며 "많은 이들이 가벼운 불안, 불면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8시부터 각 건물 별 주민 간담회가 열렸다. 의정부3동 동사무소에서 열린 대봉그린아파트 간담회에서는 병원비와 보험금 등 피해보상 관련 이야기가 오고 갔다. 이재민들은 13일쯤 건축주 등과 만나 해결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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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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