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속 '이불보 탈출' 여성 2명 맨손으로 받아낸 '시민 영웅'

화염속 '이불보 탈출' 여성 2명 맨손으로 받아낸 '시민 영웅'

박소연, 의정부(경기)=김민중 기자
2015.01.13 05:45

[의정부 화재]시민제보 사진으로 존재 알려져…본인은 끝까지 인터뷰 거절

10일 경기 의정부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4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당하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특히 화재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서 침대보로 로프를 만들어 탈출하거나 불에 쫓겨 뛰어내리는 등 아비규환의 상황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촉즉발의 위험 상황에서도 자신의 몸을 던져 이웃을 구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한 주민이 불길 속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아파트로 들어가 구조활동을 펼쳤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사진 속 동그라미 참고) 화재 현장을 목격한 박남례씨는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내려다보며 살려달라고 했다"며 "다른 소방관들이 구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인근에 사는 분이 혼자서 구하려고 뛰어들어갔다"고 말했다. /사진=박남례씨 제공
10일 경기 의정부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4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당하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특히 화재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서 침대보로 로프를 만들어 탈출하거나 불에 쫓겨 뛰어내리는 등 아비규환의 상황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촉즉발의 위험 상황에서도 자신의 몸을 던져 이웃을 구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한 주민이 불길 속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아파트로 들어가 구조활동을 펼쳤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사진 속 동그라미 참고) 화재 현장을 목격한 박남례씨는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내려다보며 살려달라고 했다"며 "다른 소방관들이 구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인근에 사는 분이 혼자서 구하려고 뛰어들어갔다"고 말했다. /사진=박남례씨 제공

"남편이 사다리를 메고 무작정 뛰었어요. 불난 건물 뒤쪽에서 수건 흔들면서 살려달라고 하니까 구하려고요. 서두르지 않으면 시뻘건 불길이 그 여자를 삼켜버릴 것 같았어요."

지난 10일 의정부 화재 당시 사진으로만 전해졌던 '시민 영웅'(사진 참고)의 신원이 확인됐다. 12일 머니투데이가 만난 장모씨(55·여)는 화재 당시 남편 박모씨(60)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했다. 박씨 본인은 수차례 인터뷰 요청을 극구 거부했다.

박씨는 세차장 시공 전문업체 사장으로 당시 화재현장 인근 공사장에서 세차장 준공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큰 길 건너 맞은편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발화한 불은 순식간에 바로 옆 해뜨는마을 오피스텔까지 옮겨 붙었다. 화염 사이에서 한 여성이 수건을 흔들며 "살려 달라"고 소리쳤다. 박씨는 이 모습을 보자마자 공사에 쓰이는 사다리를 메고 화재현장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런 남편을 보며 장씨는 발을 동동 굴렀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여성을 한시라도 빨리 구해야 한다는 마음 한편으로 남편이 불 속에 들어가 변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불이 난 오피스텔과 옆 철길 사이로 들어갔다. 파란색 덮개 아래 높이 2m가량의 짐 더미가 쌓여 있었다. 박씨는 그 앞에 사다리를 놓고 위로 올랐다. 박씨는 짐 더미 위에서 사다리를 손으로 끌어올렸다.

사다리를 오피스텔 벽에 붙여 세우고 타고 올라 여성을 구하겠다는 심산이었지만 사다리는 여자가 있는 층에 닿지 않았다. 박씨는 재빨리 전략을 바꿨다. 마침 짐 더미 위에 이불이 몇 장 있었다.

어느덧 박씨 주위로 모여든 세 명의 남성이 함께 사방에서 이불을 잡아 펼쳤다. 여성이 뛰어내리면 그 이불로 받을 요량이었다. 여성은 이불보를 뜯어 만든 밧줄 한 쪽을 집 안 쪽으로 고정시킨 후 다른 한 쪽을 박씨 무리가 있는 아래로 내렸다.

여성은 '이불보 밧줄'을 타고 집에서 탈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불보의 길이는 짐 더미까지 닿지는 않았다. 여자는 결국 이불보 끝을 놓고 박씨의 무리가 펴든 이불 위로 떨어졌다.

여자는 허리를 살짝 삐끗했을 뿐, 살았다. 소방관 두 명이 짐 더미 위로 올라와 안전한 곳으로 이불과 여자를 함께 날랐다. 남편을 멀리서 바라보며 불안해하던 장씨도 결국 화재 현장으로 이동했다.

장씨는 "이기적이게도 잠시 동안 남편의 행동이 염려스러웠다"고 회고했다. 그런데 박씨는 한 명이라도 더 구하고 싶었다. 아파트 위에서는 또 다른 여자가 밧줄을 붙잡고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그녀의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위에서 밧줄을 밑으로 풀기 시작했다.

이 여성은 발이 짐 더미에 닿기 전 밧줄을 놓쳐 추락했지만 박씨를 비롯한 두 명이 맨 손으로 받았다. 여자는 다친 데가 없이 무사했고 남편도 팔에 경미한 고통이 있을 뿐 크게 다치지 않았다. 그렇게 박씨는 두 여자의 목숨을 구했다.

박씨는 땀을 뻘뻘 흘리며 얼굴에 검댕을 묻힌 채 부인의 곁으로 돌아왔다. 장씨는 "남편이 자랑스럽다"며 "뉴스로만 봤을 땐 소방관들이 욕먹는 게 당연해 보였는데 직접 보니 애쓰시는구나 알았다"고 말했다.

장씨는 "소방관들이 일을 안 해 시민들이 들어간 게 아니다"라며 "우린 사다리를 가져가 운 좋게 구할 수 있었다. 남편이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부하 직원은 박씨에 대해 "사람이 참 좋다. 정도를 걷는 분이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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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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