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법원, 13일까지 철거 잠정 중단 결정...주민 2명 탈진 병원행

"판자촌에 사는 것도 서러운데 강남구청이 주민회관까지 부숴버렸네요. 못 사는 사람들 동네 건물은 이렇게 부숴도 되는 건가요. 너무 답답합니다. 그래도 법원에서 멈춰줘서 다행이네요." (구룡마을 주민)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은 허가용도와 다르게 사용됐을 뿐만 아니라 화재 등 안전상의 우려도 있어 철거가 불가피합니다. 특히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은 노후 주택 정비 사업을 방해하는 불법장소로도 사용됐습니다." (강남구청 관계자)
6일 오전 7시 30분 대규모 판자촌 밀집지역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을 강남구청이 고용한 철거업체 직원 수십여명이 둘러쌌다. 회관 안에는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 100여명이 있었다.
이날 강남구청은 불법 용도변경과 안전 등의 이유로 구룡마을 내 연면적 528㎡ 2층 규모 경량판넬 건축물인 주민자치회관 철거에 나섰다. 지난해 12월까지 자진철거를 명령했지만 이를 지키기 않아 강제집행을 결정한 것이다.
이 회관은 2010년 3월 구룡마을 토지주 임승환(49)씨가 설립한 개발회사인 '구모'가 건축했다. 건축 당시 농산물 직거래 점포로 사용하겠다고 신고했으나 재개발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용도가 주민자치회관으로 둔갑했다.
구청 관계자는 "불법용도로 사용됐고 토지주라고 주장하는 유모씨 등이 불법으로 이 건물에 거주하고 있다"며 "주민들을 선동해 현재 진행 중인 재개발(정비사업) 사업을 방해하는 불법적인 장소로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오전 8시를 넘어서자 구청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이 회관을 둘러싼 스크럼을 유지한 채 내부에 있는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검은 옷을 입은 장정들이 주민들을 몰아붙였다.

용역과 주민들 간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여기저기서 욕설과 고성이 오갔고 이 과정에서 주민 2명이 탈진해 실려 가는 등 몸싸움도 벌어졌다. 주민과 용역 직원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30분도 되지 않아 회관 안에 있던 주민들은 모두 끌려 나왔고 내부에 있던 짐들도 밖으로 끄집어내졌다. 철거는 신속히 진행됐다. 시동을 끄지 않고 대기 중이던 포크레인이 회관을 부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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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주민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주민들은 강남구가 재개발 사업 추진을 위해 강제로 회관을 부수고 있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보면서 당할 수밖에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구룡마을에서 20년 넘게 거주한 한 주민은 "재개발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갈등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주민들이 모이는 건물을 부수는 것"이라며 "나이든 주민들이 주로 모여서 생활하는 회관을 철거하면 우리는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1시간 넘게 철거가 진행 되고 있는 와중에 법원이 주민들이 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대집행(철거) 취소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주민들이 구청을 상대로 낸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취소 가처분신청을 심리한 끝에 6일 "철거작업을 오는 13일까지 잠정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주민들은 환호했다. 철거업체는 한동안 "확인되지 않았다"며 철거를 계속했다. 이후 철거가 중단됐지만 회관 철골 골격을 제외한 벽체 절반 가량이 떨어져 나간 상태다.
한 주민은 "다행히 철거가 중지되긴 했지만 이미 건물이 거의 다 부서졌다"며 "가난해서 판잣집에 사는 것도 서러운데 이렇게 구에서 막무가내로 마을 사랑방도 없애버리니 눈물이 난다"고 토로했다.
한편 서울시는 강남구가 세부 협의 없이 자치회관을 철거하자 난색을 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무리하게 집행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필요한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강남구는 이달 13일 법원의 결정에 따라 철거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