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세로 지자체 쥐고 악착같이 걷어간 세금, 감시 및 견제창구 있어야…"내 돈 아냐"란 무관심도 문제

지난 4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서울시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 8081억원에 대한 표결이 진행됐다. 서울시가 메르스 사태로 침체된 경기를 진작시키겠단 취지로 시의회에 제출한 예산을 통과시킬지 결정하는 자리였다. 시의원 80명이 재석해 찬성 54명, 반대 21명, 기권 5명으로 순식간에 통과됐다.
그날 서울시민인 친구 5명에게 이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묻자,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는 공통된 답변이 돌아왔다. 메르스 사태로 서울시가 이러이러한 취지로 추가 예산을 편성하는 거라고 해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너가 냈던 주민세, 재산세, 자동차세, 가끔 자동차 속도나 신호를 어겼을 때 냈던 과태료 등을 서울시가 사업에 쓰는 거라고 다시 설명해줬다. 그랬더니 "먹고 사는 것도 바빠 죽겠다"는 핀잔만 돌아왔다.
국민이 관심이 있든 없든 정부는 세금을 더욱더 열심히 걷기 위해 노력 중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세를 최대 1만원까지 걷을 수 있게 하고, 더 많이 걷는 지자체에게 교부세를 더 많이 주게 했다. 그 결과, 경기도를 비롯한 다수 지자체가 주민세 상한금액인 1만원까지 최대한 걷으려 추진 중이다. 행자부는 게다가 최근엔 과태료나 부담금을 더 많이 징수하는 지자체에 '인센티브'로 교부세를 주겠다고 나섰다. 악착 같이 세금을 더 걷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세금을 더 걷어서 적절한 곳에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면 큰 문제가 안되겠지만, 이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정부 3.0이라며 정부가 하는 사업에 대해 모든 걸 공개하겠다고 나섰지만, 원문 공개율은 절반도 안되는 46%에 불과하다. 국민 세금을 쓰는 사업을 국민이 제대로 못 보는 셈이다. 정작 중요한 사업과 정보는 비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관심 있는 국민이 정보공개청구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 자료를 요구해도 시간이 한참 지나 공개할 수 없단 답변을 듣기 일쑤다.
그 사이 국민이 내는 세금은 사업목적과 타당성을 알 수 없는 곳에 점점 더 쓰이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8081억원의 추경예산에는 시가 당초 예산을 편성한 목적인 메르스 감염 예방이나 경기 진작과 관계없는 예산 항목이 많다. 시의원들은 서울시가 메르스와 무관한 사업을 넣었다고 비판하며 고등학교에 탁구장을 설치하는데 5000만원, 농업박물관을 세우는데 5000만원 등을 예산에 끼워넣었다. 모두 지역민원의 성격이 강한 것들이다.
감시와 견제창구가 시스템으로 부재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크게는 국민, 작게는 지자체 주민들의 관심이 부재한 것이다. 주민세 수천원을 인상하는 데에는 시위도 불사하고 반발하지만, 일단 내고 난 뒤에는 내 돈이 아닌 것 같은 생각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세금 수십조 중 내 호주머니에서 나가지 않은 돈이 없는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