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찰청장의 인사스타일

[기자수첩]경찰청장의 인사스타일

신희은 기자
2015.11.06 06:29

"인사를 한 사람 한 사람 직접 해보니 '비로소 청장이 됐구나' 실감했습니다."

올해 초 기자와 만난 강신명 경찰청장이 털어놓은 '경찰 총수'로서의 소감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이미 큰 조직을 이끌어 봤지만, 인사권을 행사해 본 후에야 경찰 총수의 지위를 체감했다는 얘기로 들렸다.

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과 함께 4대 권력기관장으로 꼽히는 경찰청장은 차관급이다. 하지만 말단 순경부터 지휘관까지 13만여 경찰에 대한 인사권자로 실질적 권한은 여느 부처의 장관보다 낫다.

그가 지난 4일 간부회의에서 엄포를 놨다. 11일간의 장기 해외출장을 앞둔 자리였다. 강 청장은 "인사권자로서 결코 (청탁에) 휘둘린 적이 없으며, 청탁하는 사람은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사철을 앞두고 외부 청탁이나 흠집내기가 횡행할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또 철마다 청탁과 투서 등 인사 잡음이 적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전 부처를 통틀어 가장 승진 경쟁이 치열한 경찰 특수한 상황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전체 인원은 13만명으로 엄청난 반면 고위직으로 갈수록 승진할 수 있는 자리는 바늘구멍보다 좁아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인사고과'의 키를 쥔 상관과 함께 식사하면서 후배가 돈을 내는 상식밖의 상황이 벌어졌을 정도다.

강 청장은 취임 후 몇 차례 인사에서 "순리대로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챙길 사람은 다 챙기더라'는 평도 존재한다. 승진할 만한 사람이 승진하고, 경쟁에서 밀린 사람도 입직 경로나 퇴직까지 남은 기간 등을 배려하는 인사 스타일이라는 것. 강 청장 스스로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 서울청장, 본청장으로 승승장구한만큼 잡음 차단을 신경쓴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때만 되면 온갖 '설'은 더 이상 경찰청장의 경고와 인사 스타일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좋은 인사'는 청장이 머리를 싸매고 고심한 끝에 나오는 게 아니라, 축적된 업무평가 데이터와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는 '예측가능한 인사'여야 한다.

또 보다 근본적으로는 모든 이가 청장, 더 나아가 총경 이상 고위 간부의 최종 임명권을 갖는 청와대만을 바라보는 행태를 개선할 수 있도록 경찰의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 '실력보다는 관운', '청와대 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는 한 청장의 '경고'에도 인사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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