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년 논란' 이우환 위작 의혹, 경찰 수사로 '새 국면'

[단독] '3년 논란' 이우환 위작 의혹, 경찰 수사로 '새 국면'

김종훈 기자, 이원광 기자
2015.12.22 16:43

(상보)전문가 "인위적 노후화 작업" 소견…미술계 "시장 위축" vs 경찰 "입증 자신 있다"

이우환 작 '선으로부터', Oil and mineral pigment on canvas, 162x130cm, 1975.
이우환 작 '선으로부터', Oil and mineral pigment on canvas, 162x130cm, 1975.

지난 3년간 한국 미술계에서 논란이 됐던 '이우환 위작' 의혹이 경찰 수사를 통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판매책으로 의심되는 갤러리 운영자를 입건하는 한편 공급책으로 추정되는 갤러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모사한 작품을 만들어 유통한 혐의로 서울 인사동 소재 화랑 대표 김모씨(58·여)와 위조 총괄책 A씨(67)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A씨가 2012년 1월부터 같은해 11월까지 경기도 일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이우환 화백의 작품이 위조되는 과정을 총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우환 화백의 위작들이 김씨(57)와 그의 처에게로 흘러들어갔으며 김모씨(58)가 이를 받아 시장에 거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10월 김씨(58)의 갤러리에 이어 지난 18일 김씨(57)의 갤러리까지 압수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다 정확하고 확실하게 혐의를 특정짓기 위해 보강 수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현재 일본에서 도피 중인 A씨를 조만간 붙잡아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찰은 A씨와 짜고 이우환 화백의 위작을 유통시킨 공모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기관이 미술계에 대해 대대적으로 수사를 벌이는 것은 작품이 위조된 정황이 있다는 전문가의 소견 때문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압수된 그림 6점에서 나무 냄새가 나는 등 생산년도가 최근이고, 밑칠이 굳지 않은 상태에서 덧칠한 부분이 확인되고 인위적인 노후화 작업의 정황이 발견됐다.

이는 경찰이 국내 유력 미술전문가에 의뢰한 안목 검증 결과다. 이 전문가는 최근 고려시대 최고(最古) 활자 논란을 빚은 증도가자에 대해 가짜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할 정도로 미술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인물이다.

앞서 그는 지난달 28일 열린 한국미술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연구 최종보고서로 본 증도가자의 진상'을 발표하면서, 과학적 근거를 내세워 기존에 알려진 증도가자 검증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경찰은 김씨(57) 계좌와 휴대폰 분석 결과 김씨(58)와 수사대상이 된 그림의 출처를 묻고 범행 수습을 모의하는 내용이 확인되는 등 정황 증거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림 판매대금으로 추정되는 수십억원이 김씨(57)의 계좌에 입금된 사실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수사망이 좁혀옴에 따라 미술계 일각에서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돼 관계자들의 명예가 훼손되는 등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반면 경찰 관계자는 "오히려 일부 전문가들은 '몇년 전부터 무수히 제기된 의혹인데 제대로 밝혀달라'며 적극 협조하기도 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미술계는 그간 위작 논란으로 끊임없이 몸살을 앓아왔다. 지난 2007년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에 거래된 고(故) 박수근 화백의 작품 '빨래터'가 위작이라는 논란이 제기됐으나 약 2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진품이라는 결론이 났다.

지난 8월 고(故) 천경자 화백이 타계한 이후에는 그의 작품 '미인도'를 둘러싸고 위조 사실을 고백하는 양심선언이 나오면서 위작 논란이 불거졌다. 미인도는 처음으로 위작 의혹이 제기된 1991년 이후 단 한 번도 전시장에 나와 대중에게 공개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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