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오늘…日열도 울린 '의로운 죽음'

15년전 오늘…日열도 울린 '의로운 죽음'

박성대 기자
2016.01.26 05:33

[역사 속 오늘]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 구하려다 숨진 '의인 이수현'

2001년 1월26일 오후 7시15분, 도쿄 신주쿠(新宿)구 JR 신오쿠보(新大久保)역. "선로에 사람이 떨어졌어요"라는 다급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선로에는 한 취객이 떨어져 있었고 역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발만 동동구르며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역 근처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유학생 이수현씨(당시 26세)는 선로에 사람이 떨어진 걸 보고 주저없이 뛰어들었다. 이씨 혼자 취객을 선로 밖으로 끌어내려 애쓰던 그때 역으로 들어서는 전철의 불빛이 보였다.

/출처='이수현님을 기억하며' 홈페이지
/출처='이수현님을 기억하며' 홈페이지

열차는 점점 더 이씨와 취객 가까이로 다가왔고 이를 보다 못한 일본인 사진가 한 명이 이씨를 도우려 선로로 뛰어들었으나 이들 3명은 모두 전철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1974년 부산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무역학과에 입학한 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이씨는 15년 전인 2001년 1월26일 도쿄 신주쿠구 JR 신오쿠보역에서 이렇게 젊디 젊은 인생을 마쳤다. 당시 이씨 빈소에는 일본 주요 정치인을 비롯한 추모객들이 줄을 이었으며 이씨 유해가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애도의 물결은 이어졌다.

이씨 사건 이후 일본 내 안전 대책에 대한 지적이 일었고 일본 정부는 선로 위에 사람이 떨어질 경우 이를 탐지하는 센서와 홈도어(스크린도어), 수동 열차 정지 버튼을 역내에 설치했다.

일본에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현상도 이어졌다. 일본 언론들은 "이수현씨가 보여준 희생정신으로 일본인들이 정의와 용기에 새롭게 눈뜨게 됐다"고 평했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한국인을 보는 일본인들의 시선이 크게 바뀌었고 이후 일본 내 한류 붐에도 큰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 정부는 2001년 1월31일 그를 의사자로 선정하고 국민훈장을 수여했다. 그의 모교인 고려대학교에선 2월24일 개교 이후 처음으로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사고 현장인 신오쿠보역에선 4월15일 추모 조형물이 역 구내에서 제막됐다.

이씨가 사망한 지 7년이 지난 2008년 10월30일엔 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가 개봉됐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