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울한 경제, 쓸쓸한 설날

[기자수첩]우울한 경제, 쓸쓸한 설날

김종훈 기자
2016.02.12 04:30

설날 아침상의 화제는 사촌여동생(24)이 대기업에 취업했다는 소식이었다. 한 살 더 많은 동생(25)의 어깨는 움츠러들었다. 밥알을 씹는둥 마는둥 하다 방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떡국은 입에 대지 않았다. 동생은 2년째 회계사 시험을 준비 중이다.

지난 8일 기자의 설날 아침상 풍경이다. 지난해 설날은 기자의 취업 덕분에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 해가 흘러도 동생의 처진 어깨는 그대로다. "붙기도 어렵고, 붙어도 요즘 회계사 시장이 어렵대" 동생이 뒤늦게 털어놓은 속내다.

설이 끝나고 만난 직장 한 동료도 비슷한 풍경을 전했다. "식당을 하시는 작은아버지는 차례를 마치자마자 '문이라도 열어놓아야 맘이 편하다'며 자리를 뜨셨고, 사촌동생은 집에 오지도 않았어. 2년째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중이거든" 그 역시 일 때문에 서둘러 상경해야 했다.

명절만 되면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다녀온 후 이야기꽃을 피우던 시절은 옛말이 됐다. 비단 '핵가족화'만이 이유는 아닐 것이다. 부모 세대의 실직, 자녀 세대의 취업난, 직업이 있더라도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형태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의 어려운 현실이 빚어낸 풍경이다.

국민들의 새해 소망은 간명하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이 발표한 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4.2%는 지속성장을 위해 정부에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주문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에는 기대를 갖기 어렵다. 우선 정부는 '나아질 테니 걱정 말라'는 얘기 뿐이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새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성장률(2.6%)보다 높은 3.1%다. '2%대 성장'을 예상한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전망에 비하면 지나친 '핑크빛'이다.

오는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벌써부터 '박근혜 정권 경제실패론'과 '야당의 경제활성화 발목잡기'를 앞세우며 엎치락뒤치락하는 표정이다. 서로 '민생'을 얘기하지만, 우선순위는 계파와 공천인 것 같다. 서민의 힘을 북돋울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내년 설날에는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떡국을 먹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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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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