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판례氏] '해킹 통해 수집한 증거'…"증거 능력 인정"

[친절한 판례氏] '해킹 통해 수집한 증거'…"증거 능력 인정"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6.04.18 08:33

[the L] 기본권 침해 우려 있지만 공무원의 이메일은 공공적 성격 있고 범죄 내용 중대해 증거 능력 인정

공무원 A씨는 당시 시장이던 B씨를 돕기 위해 그를 지지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유권자들에게 보냈다. 그 후 그런 불법선거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B씨에게 이메일로 보고했다. 그런데 이를 알게 된 공무원 C씨가 A씨를 공직선거법상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C씨는 이를 위해 권한 없이 A씨가 B씨에게 보낸 이메일을 확보, 즉 이메일 계정을 해킹한 후 이를 증거로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해킹을 통해 수집한 증거도 증거 능력 인정

이렇게 해킹을 통해 수집된 증거도 증거 능력이 있을까. C씨가 해킹을 통해 수집한 A씨의 이메일을 A씨의 유죄 판결을 위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013년 11월 불법선거운동을 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공무원 A씨에 대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했다. (2010도12244 판결)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이러한 증거 수집 행위는) 사생활의 비밀이나 통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해당 증거를 재판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대법원은 "공무원의 이메일은 공공적 성격을 갖고 있고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행위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며 관권선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대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무원의 이메일은 공공적 성격 있고 범죄 내용이 중대해 증거 능력 인정돼야

증거능력이란 어떤 증거가 유죄 판결의 근거로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증거 능력이 없는 증거는 재판에서 사용될 수 없다. 고문을 당해 한 진술 등이 그 예다. 따라서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당한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건에서 해킹을 통해 수집한 이메일 증거는 해킹을 당한 당사자(A씨)의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 그러나 사생활과 관계된 모든 증거의 제출이 금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도 "어떤 증거가 증거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진실 발견이라는 공익과 그로 인해 침해 될 수 있는 개인의 이익을 비교해야 한다"고 이번 사건에서 밝히고 있다.

공무원의 이메일은 업무상 필요에 의하여 설치된 전자관리시스템에 의하여 전송·보관되는 것으로 공공적 성격이 있다. 또 A씨가 저질렀다고 생각되는 범죄는 무거운 범죄에 속한다. 따라서 사생활의 비밀 또는 통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일부 침해했다 하더라도 C씨가 해킹해 제출한 이메일은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단 얘기다. 또 1심에서 A씨가 이 이메일을 증거로 하는 것에 동의한 점도 판결의 이유가 됐다.

이에 따라 해킹을 통해 얻은 증거이긴 하지만 해당 이메일이 증거능력이 있다고 인정돼 A씨는 처벌을 피할 수가 없게 됐다.

◇ 판결팁=해킹 당한 공무원의 이메일이 증거로 제출된 것에 대해 대법원은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긴 하지만 공무원의 이메일은 공공적 성격이 있으며 범죄 내용이 중대하다는 이유를 들어 그 이메일을 증거로 인정했다. 공익과 사익을 비교해 공익이 더 크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해킹을 통해 얻어진 증거라고 하더라도 증거 능력이 있다고 본 판결이다.

◇ 관련 조문

형사소송법

제307조(증거재판주의)

①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②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제308조의2 (위법수집증거의 배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제318조 (당사자의 동의와 증거능력)

① 검사와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한 서류 또는 물건은 진정한 것으로 인정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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