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판례氏] '냉면급체교'…다른 종교 교주 희화화한 종교인 '무죄'

[친절한 판례氏] '냉면급체교'…다른 종교 교주 희화화한 종교인 '무죄'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6.04.19 09:00

[the L] 우스꽝스럽게 신앙 모욕, 곧바로 신도 명예훼손되는 것 아냐

우리나라에서는 헌법에 따라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어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다른 종교를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종교를 깎아 내리고 비방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그렇다면 종교를 상징하는 교주나 신앙의 대상에 대한 비방을 그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봐 형사 처벌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종교 행사 연설에서 다른 종교의 신앙의 대상을 희화화한 종교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의 판단이 있다.

지난 2009년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 A목사는 한 세미나에서 B교회 C교주에 대해 "C씨가 식당에서 냉면을 먹다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중풍으로 죽었다"며 "C씨는 부활하지 못하고 썩어 버렸다. 신도들은 C씨가 왜 죽었는지도 모르며 어떤 사람들은 이 단체 이름을 '냉면급체교'라고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그러자 B교회 신도들은 이 발언을 녹취, A목사를 고소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종교에 대한 비판은 성질상 어느 정도의 편견과 자극적인 표현을 수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종교의 신앙의 대상에 대한 모욕이 곧바로 그 신앙의 대상을 신봉하는 종교단체나 신도들에 대한 명예훼손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C교주의 죽음을 냉면급체로 표현해 B교회를 비하한 A목사의 발언이 신도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재판부는 또 "비록 허위사실을 적시했더라도 그 허위사실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발언을 들었을 경우와 비교해 오히려 진실한 사실을 듣는 경우에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더 크게 침해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양자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라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A목사의 냉면급체 표현은 사실에 완전히 부합하는 말이 아니더라도 사전적 의미에서 양자는 아무런 차이가 없고, 일반인들 사이에서 뇌출혈과 중풍은 혼용될 수 있는 표현이며, 질병으로 그 자리에서 곧바로 사망했다는 사실과 병원으로 옮겨진 상태에서 다음날 사망했다는 사실 사이에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만큼 B교회 신도들의 명예를 깎아내린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는 대법원이 B교회의 규모나 선교, 봉사활동, 교리 등에 비춰 C교주의 사망 경위가 단순히 B교회만의 사적인 영역에 그치지 않는 공적인 사실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결국 C교주의 죽음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과 관련해 개연성이 있는 한 공개토론을 위한 문제제기도 광범위하게 허용돼야 하고, 이를 명예훼손이란 이름으로 봉쇄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 판결팁= 종교단체에 대한 비방은 상당히 예민한 영역이므로, 법원 역시 그 부분에 있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종교단체는 신앙의 대상이 되는 추상적 존재를 신봉하는 신도들로 구성된 단체라는 점에서 신앙 대상에 대한 비방이 곧 이를 따르는 사람들로 구체화 된 종교단체 구성원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법원은 곧바로 명예훼손죄로 구성하지 않고, 종교에 관한 발언을 상당히 넓게 인정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른 종교를 비방하는 모든 발언이 허용되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 역시 종교적 목적을 위한 언론·출판의 자유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종교의 신앙의 대상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거나 다소 모욕적이고 불쾌하게 느껴지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 정도는 허용될 수 있다고 보지만, 그 발언이 해당 종교를 신봉하는 신도들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거나 그 자체로 폭행·협박 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정도라면 허용될 수 없다고 본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 관련 조항

∎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①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②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제21조

①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③ 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④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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