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과실로 환자를 전신마비 상태에 빠트린 대학병원에 대해 대법원은 병원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환자 이모씨(30·여)와 어머니 차모씨(53·여)가 부산 동아대학교병원을 운영하는 법인 인 동아학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이씨는 2010년 12월 동아대병원에서 교정 목적으로 양악수술을 받았다. 수술 당일 밤 10시쯤 이씨는 호흡이 곤란하고 잠을 자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의료진은 이씨의 증세는 수술 후 통증 때문이라고 보고 신경안정제를 투여했다. 이씨는 이튿날 새벽 2시30분쯤 다시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의료진은 다시 신경안정제를 투여했다.
이씨의 맥박이 약해지는 등 상황이 계속 나빠지자 의료진은 오전 5시35분쯤 마취과 의사를 불러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오전 6시15분에는 코 대신 입에 호흡 튜브가 삽입됐고 이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문제는 이산화탄소였다. 의료진이 처치하는 동안 이씨의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정상치보다 최대 6배까지 치솟았다. 의료진은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채 호흡을 억제할 수도 있는 신경안정제를 주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뇌손상을 입었으며 전신마비 상태에 빠졌다. 이에 이씨의 가족들은 18억3600만원을 배상하라며 동아학숙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동아학숙이 이씨에게 11억원을, 차씨에게 74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수술 당일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며 "하지만 병원은 이튿날 오전 5시16분쯤 검사를 실시하고 이산화탄소 문제를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병원의 책임 비율을 80%로 계산했다.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이 이씨가 호소하는 증상의 주된 원인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이 기도확보와 호흡 유지에 노력한 점 등을 비롯해 책임 범위를 80%로 제한한다"고 판결했다.
2심은 병원 측 책임 비율을 66%로 낮췄다. 재판부는 "의료행위의 특성상 피할 수 없는 위험과 통상 의료과실사건에서 계산되는 책임 제한 비율 등을 근거로 정한 것"이라며 "이씨에게 어떤 과실이 있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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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법원은 병원이 전부 책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고는 병원 측이 수술 후 경과 관찰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라며 "이씨 측의 과실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의료행위의 특성상 피할 수 없는 위험'을 이유로 병원 측 책임을 제한하려면 더욱 충분한 심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원심이 고려했다는 '통상 의료과실사건에서 계산되는 책임 제한 비율'도 막연한 추측에 불과할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