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Cafe][최현석의 머니&크라임]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한진해운의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 결정 직전에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주식 31억원 상당을 처분해 1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이하 ‘자본시장법’)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은 최 전 회장의 지분매각 공시가 이뤄진 다음날 알려져 최 전 회장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최 전 회장은 2006년 이후부터 경영권을 맡아 회사의 부실을 키웠으면서도 2014년 한진그룹에 한진해운을 넘기기 직전 회사가 천문학적인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보수와 퇴직금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거액을 받아간 점 때문에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는데 다시 한번 여론의 뭇매와 함께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에 처하게 됐습니다.
주식투자에 있어서 당연히 어떤 정보를 갖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고 주식시장에 각종 정보가 난무하기 때문에 회사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가 모두 처벌대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단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돼야 할 주식시장에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부자라고 하여 다른 일반인보다 훨씬 우월한 입장에서 주식거래를 하게 허용한다면 시장의 공정성이 무너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제174조로 금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본시장법 제174조는 △ 상장법인의 임직원, 대리인은 직무와 관련해 미공개 중요정보를 알게 된 경우 △ 주요주주는 그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미공개 중요정보를 알게 된 경우 △ 법인에 대해 법령에 따른 허가, 인가, 지도, 감독 등의 권한을 가지는 자가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미공개 중요정보를 알게 된 경우 등은 그 미공개 중요정보를 특정증권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내부자거래라 하더라도 임직원, 대리인, 주요주주, 변호사, 회계사 등 내부자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 미공개정보에 해당하는지, 직무와 관련해 취득한 것인지 등 구성요건 입증 여부에 따라 혐의 유무가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내부자거래가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도 씨앤블루 소속 가수가 유명 개그맨의 영입정보를 이용해 소속 기획사의 주식을 불공정거래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위와 같은 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해 자본시장법 제172조는 회사 임직원 등 내부자가 단기간에 주식을 매매함으로써 얻게 된 단기 매매차익을 법인에게 반환하게 하는 단기매매차익 반환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금융감독원 증권불공정거래신고센터는 증권불공정거래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신고자에 대해서는 포상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은 제1조에서 ‘자본시장에서의 금융혁신과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며 금융투자업을 건전하게 육성함으로써 자본시장의 공정성·신뢰성 및 효율성을 높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이 우량기업에 대한 투자의 장이 아닌 한탕을 노리는 투기세력의 무대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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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전회장 측은 ‘수천억원대 자산가인데 고작 10억원 손실을 피하기 위해 위법행위를 했겠냐’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러 정황이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게 만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예전 EBS 방송에서 14세기 백년전쟁 당시 영국군이 패배한 프랑스의 도시 ‘칼레’의 항복을 받아들이면서 전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처형당할 사람을 요구하자 칼레시에서 가장 부자인 시민이 자원하고 나섰다는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극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를 바라는 것은 많이 어렵겠지만, 회사가 자율협약 신청을 해야 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면 수천억 자산을 보유한 재벌로서 보유자산의 수백분의 1에 불과한 손실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대범함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Who is]
법무법인 해운대의 최현석 변호사는 외환은행에 근무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39기로 수료했다. 부산지방검찰청 외사부 검사 등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해운대에서 수출입, 조세, 횡령을 비롯한 각종 경제범죄 사건을 주요 업무로 취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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