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촛불만큼 '시민의식'도 빛났다

100만 촛불만큼 '시민의식'도 빛났다

윤준호 기자
2016.11.13 12:50

사상 최대규모 불구, 큰 불상사 없는 '평화집회' 유지…경찰도 '질서·안전' 방점

12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한 한 시민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12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한 한 시민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분노는 컸지만 시위는 평화로웠다. 12일 민중총궐기는 단일 도심시위로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였지만 대규모 집회 속에서도 절대 다수 시민들은 절제된 행동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참가자들이 밤샘 대치를 이어가며 충돌을 빚기도 했지만 전체 연행자 수는 23명에 그쳤다. 경찰도 성난 민심을 감안해 강경 진압보다는 질서 유지에 초점을 둬 최대한 충돌을 피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백남기·한상균과 함께 민중의 대반격을! 박근혜 정권 퇴진! 2016 민중총궐기'를 열었다.

집회에는 1503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포함해 주최 측 추산 100만명이 모였다. 참가자를 보수적으로 세는 경찰도 26만명이 집결했다고 추산했다.

주최 측과 경찰 추산을 종합하면 이날 민중총궐기 대회는 1987년 6월 항쟁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다. 6월 항쟁 때는 6월10일부터 26일까지 연인원 수백만명 이상의 시위가 수십 개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지만 단일 도심시위로는 이번 시위 규모를 넘지 못한다.

경찰 추산 8만명이 모인 2008년 6월10일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시위 당시와 비교해도 3배 이상 많다.

분노한 민심이 거리로 쏟아졌지만 시민의식은 성숙했다. 지난해 1·2차 민중총궐기에서 흔히 보인 복면 시위도 찾기 어려웠고 쇠파이프 같은 폭력시위 물품도 없었다.

12일 밤 서울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12일 밤 서울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참가자들은 서울광장 본 집회가 끝난 이날 오후 5시부터 다섯 갈래로 나눠져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했다. 내자동 로터리는 청와대에서 1㎞ 이내에 있어 대규모 시위대가 여기까지 진출한 적은 처음이다.

행진 과정에서도 주최 측과 경찰 사이 충돌은 없었다.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대열을 따라 걸으면서 정권 퇴진 구호만 한 목소리로 외쳤다. 경찰도 최소 수준에서 교통 소통만 관리했다.

내자동 로터리에 도착해서도 평화시위는 이어졌다. 경찰 방패벽과 마주한 대열 선두 이외에 대부분 참가자들은 자리에 앉아 퇴진 구호나 피켓 시위로만 분노를 표출했다.

경찰 버스에 끈을 묶어 넘어뜨리거나 쇠파이프로 유리창을 깨는 과격 시위 없이 파도타기 함성과 촛불, 불빛시위(스마트폰 플래시로 비추는 시위)로 현장을 채웠다.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으면 주변에서 '비폭력' '평화시위' 구호를 외치며 제지했다.

12일 민중총궐기대회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12일 민중총궐기대회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경찰도 최대한 마찰을 피하려는 모습이었다. 방패로 벽을 짜기보다는 방패를 내리고 시위대와 얼굴을 마주 봤다. "수고가 많다"며 서로 인사를 주고받기도 했다.

일부 참가자가 청와대로 진입을 시도하면 경찰은 해산방송 대신 "여러분의 준법집회를 보장하니 신고한 대로 시위를 진행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참가자들도 경찰 방송에 항의하거나 욕설을 하기보다는 "비켜라"는 구호로만 맞섰다.

주최 측은 이날 밤 10시30분 공식행사를 종료했다. 자발적으로 집회에 남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1박2일 철야 집회와 자유 발언을 이어간다.

1000여명(경찰 추산)의 시위대가 새벽녘까지 내자동 로터리 경찰 저지선에서 대치하다가 결국 23명이 연행됐지만 대규모 충돌사태는 없었다.

병원에 이송된 부상자도 64명 나왔지만 대부분 복통과 탈진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로 다행히 중상자는 없었다. 시위대와 경찰 간 직접 충돌로 인한 부상자는 몇몇에 그쳤고 모두 경상이었다.

소방 관계자는 "부상자 수가 예상보다 훨씬 적고 부상 정도도 경미하다"며 "2008년 광우병 관련 집회 때와 비교하면 부상자가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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