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변호인단 '총사퇴' 초강수…1심 선고, 올해 넘길듯

박근혜 변호인단 '총사퇴' 초강수…1심 선고, 올해 넘길듯

황국상 , 김종훈 기자
2017.10.16 16:01

[the L] 반전 위한 '여론전 승부수' 분석…변호인 재선임 땐 최소 10만 페이지 기록 처음부터 검토해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65) 측이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변호인단 전원사퇴'라는 초강수를 던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지층 결집을 통한 장외 여론전으로 재판부를 압박하는 한편 1심 재판의 부당성을 강조해 항소심에서 반전을 노리기 위한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변호인단이 사퇴 의사를 거두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통령에겐 국선변호인이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경우든 재판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 1심 선고가 올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朴 "재판부 믿음, 더는 의미 없다"

박 전 대통령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처음으로 법정 진술을 자청, "검찰이 6개월 동안 수사하고 다시 법원은 6개월간 재판을 했는데 다시 구속 재판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정치적 외풍과 여론 압력에도 불구하고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고개를 떨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미리 준비한 종이를 읽으며 "향후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진술이 이어지는 동안 방청석에선 울음과 탄식이 터져나왔다. 휴정 땐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등을 향해 "힘내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 방청객이 갑자기 일어나 "날 사형시켜달라"고 외치다 강제 퇴정당하기도 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은 전원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변호인단을 대표하는 유영하 변호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무죄추정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법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더 이상 본 재판부에서 진행하는 향후 재판절차에 관여할 어떤 당위성도 느끼지 못했다"며 "모든 변론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모두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재판의 공정성을 문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당시에도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판세가 기울자 "헌재가 재판을 편파적으로 진행한다"며 전원 사퇴를 거론한 바 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관 9명이 모두 채워질 때까지 선고를 해선 안 된다며 재판을 미루자는 주장도 했다.

법조계는 이번 박 전 대통령의 법정 진술과 변호인단의 사임을 여론전을 통해 재판부를 압박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추가 구속영장 발부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속내는 여론전을 통해 1심 또는 2심에서 보다 유리한 판결을 끌어내려는 전략이라는 뜻이다.

◇1심 선고 올해 넘길 수도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전원 사임에 따른 이후 경우의 수는 크게 3가지다. △박 전 대통령이 새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는 경우 △재판부가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선임하는 경우 △유 변호사 등 기존 변호인단이 사임 의사를 철회하는 경우 등이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반드시 변호인이 있어야 하는 '필요적 변론 사건'이기 때문에 변호인 없이 재판할 수는 없다.

박 전 대통령이 새 사선 변호인을 선임할 가능성은 낮다. 재판부를 못 믿겠다고 주장하면서 변호인을 교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만약 재판부가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선임한다면 박 전 대통령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변호인 접견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변호인이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제대로 방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1심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며 1심 판결의 정당성을 공격할 명분을 갖게 된다.

변호인단 일괄사퇴로 올해 중 1심 선고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선이든 국선이든 새 변호인이 선임될 경우 그간의 재판·수사기록 검토에만 장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수사기록만 10만 페이지가 넘는다. 기록을 검토한 뒤 누구를 증인으로 신문할지 결정하고 신문사항을 준비하는 데에도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아직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사건과 블랙리스트 사건 등에 대한 심리가 남아있다. 검찰이 제시한 계획대로 진행해도 다음달말까지는 증인신문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검찰과 기존 변호인단의 의견 차이로 법정에 불러 신문해야 할 증인만 300명 넘게 남아있었다.

재판부는 당분간 재판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이날과 17일 재판 일정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일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의 증인신문이 예정된 19일 재판을 재개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변호인단이 사퇴 의사를 번복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유 변호사만큼 박 전 대통령을 잘 알고 있는 복심이 없다. 피고인과 변호인 간의 신뢰관계가 깨진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전원 사임은 구속기간을 연장한 것에 대한 항의성 액션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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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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