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전재명 과장
병든 유기동물 치료부터 입양까지…28일 오픈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워낙 순해서 이름이 '수니'였다. 여동생 같던 치와와 수니도 나이를 이길 수 없었다. 사경을 헤맨 지 나흘째, 갑자기 정신을 차린 수니는 떠준 물을 한 방울 맛보고 눈을 맞추더니 영영 잠이 들었다.
전재명 서울시 동물보호과장(44)은 10대 시절 반려견 '수니'를 떠나보낸 날을 아직도 잊지 못 한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상실감을 처음 느꼈다. 그 고교생은 세월이 지나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드는 행정가가 됐다.
26일 서울시청에서 뉴스1과 만난 전재명 과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이틀 뒤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가 오픈하기 때문이다. 전국 최초 반려동물 전문 공공기관의 탄생이다. 고립무원의 사선에서 신음하는 유기동물들을 구하고 화려한 겉모습에 견줘 아직 갈 길이 먼 반려동물문화를 성숙시킬 거점으로 기대받는다. 이 센터의 준비를 지휘해온 그는 앞으로 운영까지 총괄책임 역할을 맡는다.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는 약자 중의 약자인 아픈 유기동물에 주목한다. 서울 자치구 동물보호센터에는 수많은 유기동물이 있다. 특히 다치거나 병들었는데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동물들에게 보호의 손길은 절박하다. 센터의 상근 수의사들이 그 몫을 한다. 위중한 상황이 닥치면 서울대와 건국대 수의대 의료진이 본격 지원에 나선다.
건강해진 반려동물들은 입양을 주선한다. 입양이 늦어지더라도 절대 안락사시키지 않는다는 원칙도 세웠다. 보호자가 갑자기 사망하거나 장기간 입원해 방치된 동물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치료와 입양 이상으로 중요한 게 유기동물이 더이상 늘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유기동물이 줄면 아픈 숫자도 줄어들죠. 유기동물 증가를 어떻게 막느냐가 동물복지지원센터가 풀어야 할 고민의 핵심입니다."
무엇보다 잃거나 유기해도 주인을 찾을 수 있는 반려동물 등록제를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 반려동물문화의 선진국인 독일은 등록률이 100%에 가깝다. 서울은 50%에 못 미친다. 강력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중성화 수술 확대다. 아직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거부감이 크다. 하지만 중성화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준다. 전 과장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가정 절반 이상은 아는 사람에게 거의 대가없이 새끼를 얻어 키웠다. 손쉽게 받아들인 동물에게는 책임감도 적다. 번식을 조절할 수 있는 중성화로 공급을 줄이지 않으면 유기 역시 줄지 않는다. 중성화는 반려동물의 건강에도 좋고 특히 '개물림 사고'의 대안도 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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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화는 반려동물의 공격성을 크게 약화시킵니다. 특히 더 사나운 수컷에게 직효가 있죠. 선진국의 중성화율은 80~90% 수준인데 우리는 아직 절반 정도입니다. 적극적인 시민교육으로 중성화도 더 확산시킬 계획입니다."

한 유명인사 견주 가족의 부주의가 빚은 '프렌치블독' 사건은 출범하는 동물복지지원센터에게도 안타깝게 다가온다. 보호자들에게는 사랑스럽기만 했던 '벅시'는 왜 순간 이웃 앞에서 흉포해졌을까. 전 과장은 역시 사람의 문제를 지적한다. 반려견이 공격성이 강하다는 건 적절한 사회화 교육을 못 받았다는 증거다. 하지만 개를 훈련소에 보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먼저 교육이 필요한 건 보호자다.
"우리는 반려견을 반려견으로 이해하지 않고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가령 반려견이 잘못하면 사람은 화를 내고 야단치죠. 오히려 무시하거나 다른 데로 관심을 돌리게 해야 하는데 말이죠. 사람들은 반려견을 사랑은 하지만 지식은 너무 부족해요. 이를 교육할 공간도, 제도도 없었다는 게 문제입니다."
동물복지지원센터는 반려동물 문제행동 교정상담 프로그램 운영에도 역점을 둔다.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가족단위로 교육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 사고는 우리 사회를 극단으로 분열시켰다. 분노를 실어나르는 인터넷 기사의 댓글에는 반려견과 보호자들을 향한 혐오가 넘쳐난다. 반대 쪽도 신경질적으로 반발한다. 그런데 이런 맹견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더 심각한 적도 많았지만 대부분 가십성에 그쳤다. 유명인이 얽히면서 어마어마해졌다. 경고음은 오래전부터 울렸지만 모두 무감각했던 것이다.
전 과장은 "반려동물인구가 1000만명을 넘었지만 우리 사회는 급격한 성장을 감당할 준비가 부족했다"며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이 사건을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시키고 합리적인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 주춧돌이 될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는 28일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에서 문을 연다. 정식 홈페이지 개통 전 마련한 카페(cafe.naver.com/seoulanimalcare)에서 맛보기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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