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직원에게 속고 돈도 못 돌려받아…얼빠진 공공기관

[단독]직원에게 속고 돈도 못 돌려받아…얼빠진 공공기관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9.04.29 06:00

[the L]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직원 배임' 발각 이후로도 6년간 소송 미적…소멸시효 지나 전부패소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이하 진흥원)이 소속 직원의 업무상 배임으로 수천만원의 피해를 입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결국 한 푼도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너무 늦게 소송을 냈다는 이유였다. 진흥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준정부부처의 지위를 갖는 공공기관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207민사단독(판사 이준구)은 진흥원이 소속 연구원이었던 A씨와 주식회사 B사의 배임을 원인으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근 진흥원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원고 전부패소 판결을 했다.

판결 인정사실을 종합하면, 진흥원은 지난 2012년 'RFID/스마트센싱 확산사업'을 기획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부출연금을 지원했다. 그즈음 A씨는 자신이 알던 B사 대표에게 '사업 내 하위과제 수행을 위해 정부출연금을 지급받게 될 경우, 과제 용역 중 일부를 주관기업으로부터 하청받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 B사가 받고자 하는 금액보다 높은 금액을 용역대금으로 청구하라'고 제의했다. 대신 그 초과금액 중 일부를 떼어 A씨 개인이 관리하는 회사 명의로 송금해달라고 했다.

이후 B사는 실제로 일부 과제 용역회사로 선정돼 1억3000만원의 용역대금(정부출연금)을 청구했고, A씨는 자신이 관리하는 회사가 다시 B사에게서 용역을 수주한 것처럼 가장해 8800만원의 몫을 떼어갔다. 이들은 지난 2014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 이 같은 식의 배임 범행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고, 2016년 6월 대법원에서 A씨는 징역 5년 6개월, B사 대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이 각각 확정됐다.

문제는 진흥원이었다. 직원의 배임으로 손해를 입었음에도 진흥원은 A씨들의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들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아무런 청구를 하지 않다가 배임사건이 발생한 지 7년째인 지난해 8월에야 이들에게 민사소송을 냈다.

현행 민법상 불법행위 피해자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피해를 배상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을 경우 권리가 없어진다. '소멸시효'가 지나서다.

실제로 법정에서 A씨와 B사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관련자들의 형사사건 1심이 선고돼 구체적 사실관계가 확정된 2014년 이후 한참 동안 우리에게 청구를 하지 않았으므로 진흥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권리 위에서 잠을 잔 자'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A씨와 B사의 항변을 받아들여 진흥원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은 "A씨와 B사는 2014년 7월 기소가 이뤄졌고 1심에서부터 범죄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해 대부분 자백했다. 2014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국감에서 진흥원장이 범죄행위에 대해 사과하면서 재발방지조치를 약속하기도 했다"면서 "그렇다면 진흥원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늦어도 형사사건 1심 판결이 선고된 2014년 12월인데, 진흥원은 2018년 8월에야 소를 제기했다"고 지적하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진흥원은 A씨와 B사로부터 한 푼도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소속 직원의 범죄로 혈세가 낭비됐음에도 이를 되찾지 못한 채 고스란히 허공으로 날리게 되는 셈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통화에서 소송을 늦게 제기한 이유에 대해 "시일이 많이 지난 사안이고 조직이 자주 개편돼 해당 소송 업무 담당자와 부서가 계속 바뀌었다. 지금으로선 우리로서도 왜 소송이 늦게 제기됐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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