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삼표산업·현대제철서 산 풍납토성 부지 지하에 대량 폐콘크리트…2005년 알고도 지난해 뒤늦게 소송 내 전부패소

서울시가 백제 왕성인 풍납토성의 복원사업을 위해 사들인 땅 지하에 대량의 폐콘크리트가 묻혀 있던 사실을 발견하고도 땅을 판 기업들을 상대로 책임을 묻지 않다 수억 원의 혈세를 날리게 됐다. 서울시는 폐콘크리트가 부지에 매립된 사실을 무려 14년 전에 알았음에도 소송을 내지 않았다. 법원은 시일이 너무 지나 서울시의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26민사부는 서울특별시가 ㈜삼표산업과 현대제철㈜를 상대로 지난해 2억5400만원을 청구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관련해 최근 서울시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에서였다.
판결 기초사실을 종합하면, 서울시는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풍납토성 복원사업을 위해 현대제철과 삼표산업으로부터 각 서울 송파구 풍납동 일대 토지 5844㎡와 2476㎡를 차례로 사들였다.
풍납토성은 지난 1925년 대홍수로 중요 유물이 다량 출토되면서 처음 학계에 알려진 왕성이다. 1997년 발굴조사 후 다량의 백제 토기와 건물터, 도로 유적 등이 나왔다. 너비 43m·높이 11m 규모 성벽이 확인돼 학계에서 한성 도읍기 왕성으로 복원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그런데 정작 서울시가 이들로부터 사들인 땅 지하엔 기업들이 매설한 두께 2~3m 가량의 바닥 보강용 콘크리트와 폐콘크리트 구조물 등이 광범위하게 매립돼 있었다. 현행법상 토지 매도인은 매매목적물인 토지를 하자 없는 정상적 상태로 인도할 의무를 진다.
서울시는 지난해 이를 치우기 위해 2억5400여만원을 썼다. 서울시는 "두 기업이 다량의 폐콘크리트 등이 매설된 하자 있는 상태의 토지를 인도했다"면서 "폐콘크리트를 처리하는 데 든 손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현대제철과 삼표산업은 그러나 "너무 늦게 소송을 낸 만큼 손해배상을 해줄 의무가 없다"고 맞받았다. 당시 지방재정법과 민법에 따르면, 매매한 토지에 하자가 있더라도 땅 매수인이 토지를 인도받은 때로부터 5년이 지나면 손해배상청구권이 없어져 버린다. 따라서 서울시가 땅 거래 시점인 2005년으로부터 13년이 지나 소송을 낸 만큼 기각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들은 "토지에 폐콘크리트가 묻혀 있다는 사실은 지난 2005년 발간된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발굴조사보고서에도 기재돼 있는 만큼 서울시는 적어도 이때 이 사실을 알았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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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법원은 두 기업에 책임이 있다는 점 자체는 인정했다. 법원은 "기업이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고 콘크리트 구조물 등을 설치했는지와 상관없이, 토지에 고액의 처리비용이 소요되는 다량의 폐콘크리트 등이 매립돼 있었던 건 매매에 있어 목적물이 통상 갖춰야 할 품질 내지 상태를 갖추지 못한 하자"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기업들의 책임을 묻기엔 서울시가 소송을 너무 늦게 냈다며 청구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서울시가 2018년 2월 소송을 냈는데, 하자담보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나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서울시가 기업들로부터 토지를 인도받은 소유권이전등기일인 2005년부터 소멸시효인 5년이 지나면 소멸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청구권이 소멸된 지 8년째가 돼서야 소송을 낸 만큼, 서울시의 청구권 자체가 소멸돼버려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서울시는 폐콘크리트를 처리하는 데 쓴 혈세 수억 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서울시는 2005년 폐콘크리트가 토지에 있다는 점을 알았음에도 당시에 왜 자세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왜 소송을 내지 않았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엘(theL)과의 통화에서 "(소송이 늦게 제기된 이유에 대해) 부지를 2017년까지 주차장으로 쓰다가 발굴조사를 시작한 후 콘크리트가 매설된 사실을 알게 돼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2005년 당시에 콘크리트가 묻혀 있다는 문건이 있는 것은 맞다. 이유는 불명확하나 당시 별도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항소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