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왜곡죄 시행 약 50일 만에 고발 건수가 200건을 넘기며 제도 남용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수사·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이 무분별한 고발로 이어지면서 수사기관의 업무 부담과 정치적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접수된 법왜곡죄 고발 건수는 239건, 피고발인은 3272명을 기록했다. 직군별로는 △경찰 1067명△검사 269명 △법관 193명 △특별사법경찰 80명 △검찰 수사관 6명 등이다. 법왜곡죄 적용 대상이 아닌 일반 공무원 1657명도 고발됐다.
법왜곡죄는 지난 3월12일 시행됐다. 판·검사 또는 경찰 등이 특정인에게 이익을 주거나 해를 끼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 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법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것을 알고도 법을 적용하거나 반대로 적용하지 않은 경우 △증거를 인멸·은닉·위조하거나 증거가 변조된 것을 알고도 재판 또는 수사에 사용할 경우 △폭행·협박·위계 등 위법한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하거나 적법한 증거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범죄 사실을 인정했을 경우 등이 법왜곡죄 행위에 해당한다.
아직까지 검찰에 송치된 사례는 없다. 현장에서는 수사·재판 결과에 대한 단순 불만이 고발로 이어지거나 법 적용 대상이 아닌 일반 공무원까지 고발하는 등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이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기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무분별한 고발이 잇따르면서 한정된 수사 인력이 불필요한 사건 처리에 투입돼 중요 사건 대응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검찰 출신 최승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기존에도 수사나 재판 결과에 불만을 갖고 경찰이나 판·검사를 고발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법왜곡죄까지 더해지면 무의미한 형사 사건이 누적돼 정작 중요 사건 수사가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왜곡죄 고발건 수사 결과를 두고 또다시 법왜곡죄로 고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무분별한 고발에 따른 현장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일선 경찰서에 법 조항 해석 자료를 배포하고 수사 절차에 대한 지침도 내렸다.
일각에서는 법왜곡죄가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에서 법왜곡죄가 압박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판결이나 수사 결과가 외부 영향에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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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검사들이 정치적 사건을 기피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외부 압력 때문에 '보여주기식 수사'가 이뤄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