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노조설립 직후 성추행 등 사유로 해고, 성추행 고소자 "사측 강요로 고소" 진술

코스피에 상장된 중견기업인 삼영전자공업(이하 삼영전자)이 노동조합을 설립한 직원을 동료직원 성희롱,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삼영전자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2017년 3월에 중노위가 부당해고라고 판단한 부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지난달 30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2016년 7월 삼영전자에 노동조합이 설립되면서부터 비롯됐다. 삼영전자 관리그룹 소속이던 A씨는 2016년 7월 기업단위 노조를 설립해 그 달 12일에 노조설립 신고증을 당국으로부터 교부받았다. 그날은 삼영전자가 A씨를 성추행과 명예훼손, 모욕, 업무상 괴롭힘 등을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날이기도 했다.
삼영전자에 노조가 생긴 직후 A씨가 강제추행과 명예훼손, 모욕 등을 일삼았다는 내부 직원들의 폭로가 나왔다. 삼영전자 직원이었던 B,C씨가 사내 고충처리위원에게 A씨의 만행을 진술했던 것이다. 삼영전자는 B,C씨의 진술을 근거로 해고를 통보했다. 이 중 B씨는 실제 A씨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같은 일들이 모두 삼영전자에 노조가 설립된 2016년 7월에 일어났다.
그런데 사건은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고소인이었던 B씨가 고소장을 제출한 지 불과 3개월만에 고소를 취하하면서 "사측의 강요에 따라 고소가 이뤄졌다"고 진술한 것이다. B씨는 고소를 취하한 다음 달에 삼영전자에서 자진 퇴사했다. 검찰에서도 A씨에게 적용된 혐의 대부분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일부 혐의에 대해서 약식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은 2018년 12월 최종적으로 A씨 무죄 판단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A씨와 노조는 당시 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고 지방·중앙노동위원회가 당시 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삼영전자는 "A씨가 다수 여직원들에게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성추행과 명예훼손, 모욕, 업무상 괴롭힘 등 행위를 해서 징계사유가 중대하고 해고라는 징계양정도 과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불복소송을 낸 것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에 대한 징계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A씨에 대한 해고절차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A씨에 대한 해고가 부당해고라는 노동위원회 판단이 옳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를 고소한 B씨가 고소를 취하하면서 '사측 강요에 의해 고소했다'고 진술한 점 △A씨에게서 장기간 추행·모욕을 당했다고 하는 C씨가 이전에 이를 고충위원회에 털어놓지 않고 노조가 설립된 직후에서야 이를 알린 점이 납득되지 않는 점 △A씨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취지의 C씨 진술과 상반되는 동료 직원들의 진술이 다수 확보된 점 등을 이유로 삼영전자가 A씨를 해고한 사유 모두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독자들의 PICK!
재판부는 A씨를 해고한 절차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해고할 때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명시적으로 담은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삼영전자가 A씨를 해고할 때는 징계원인 사실에 대한 기재가 전혀 없이 삼영전자 사내 취업규칙과 인사규정 조문만 나열돼 있었다. 절차적으로도 당시 해고가 위법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