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셀프주유소 카드결제, 특허침해 맞다"…주유소업계 비상

[단독] 법원 "셀프주유소 카드결제, 특허침해 맞다"…주유소업계 비상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9.07.08 06:00

[the L] SK네트웍스 '주유기 소송' 손해배상소송 패소…GS칼텍스, 에스오일도 사정권

셀프 주유소에서 결제된 카드대금 수백억원의 행방이 걸린 '주유기 소송'의 1심 결과가 나왔다. 셀프 주유기에서 카드 결제 방식 특허를 가진 VAN(신용카드부가가치통신망)업체 ㈜스마트로가 전국 단위 주유소를 운영하는 SK네트웍스를 상대로 특허 침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내 승소했다.

법원에선 주유소측의 특허 침해사실을 그대로 인정해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GS칼텍스와 에스오일 등도 셀프 주유소 카드 결제에서 스마트로의 특허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61민사부(부장판사 성보기)는 지난 2016년 스마트로가 SK네트웍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최근 'SK네트웍스가 스마트로에 1억2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스마트로 "셀프 주유소, 특허 침해" Vs. SK네트웍스 "특허 무효"

판결 기초사실을 종합하면, 스마트로는 지난 1998년 '판매관리시스템에서의 카드 결제방법'에 대한 특허를 국내 출원했다. 이 특허는 주유기에서 대금을 고객이 카드로 결제하는 경우 △고객 혹은 주유소가 미리 설정한 가상 거래금액을 카드사에 선승인 요청 △선승인 요청의 승인에 근거한 물품거래 △최종 거래금액에 대한 재승인 요청 및 선승인 취소 요청이라는 내용으로 구성된 특허다.

그 동안 SK네트웍스는 주유소에서 고객이 셀프주유기에 카드를 넣고 결제하는 경우 △셀프주유기로부터 신용카드와 주유요청금액 정보가 신용카드사로 전송되고 △카드 승인 신호가 떨어지면 주유 판매를 허가해 주유를 시작하고 △주유가 끝나면 셀프주유기로부터 전송된 실제 주유금액정보와 먼저 승인된 신용카드정보가 함께 신용카드사로 전송되고 △ 주유 전 이뤄진 주유요청금액에 대한 승인이 취소되는 식이었다. 이는 스마트로의 특허와 유사하다.

스마트로는 "SK네트웍스가 셀프주유소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하는 방법은 스마트로의 구성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므로 스마트로의 특허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특허권을 침해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약 276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스마트로가 입은 손해 일부인 52억여원을 우선 배상하라"며 지난 2016년 SK네트웍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스마트로는 "SK네트웍스가 스마트로의 특허를 이용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셀프주유소'라는 사업모델 자체가 실현 불가능했다거나 적어도 셀프주유소 영업을 전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SK네트웍스는 이에 대해 "스마트로 특허는 신규성(발명이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과 진보성(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용이하게 발명할 수 없음)이 부정되고, 직불카드의 선승인 취소 등에 대해서는 기재가 없어 특허법 위반인 만큼 스마트로의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SK네트웍스는 "만일 특허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돼 2016년 8월 10일 소제기 이전인 2013년 8월 이전의 손해배상책임이 소멸했다"는 주장도 폈다.

◇법원 "SK가 특허 침해…손해배상책임 있다"

1심 법원은 SK의 특허 침해 사실을 그대로 인정했다.

법원은 "스마트로의 발명은 기재불비의 무효사유라 보기 어렵고 선행발명들에 의해 신규성 및 진보성이 부정되지도 않으므로, SK네트웍스의 권리남용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특허발명에 무효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2016년 3월 확정된 점 등을 감안하면 스마트로가 손해 발생 사실과 인과관계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SK네트웍스의 소멸시효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어 "SK네트웍스의 결제방식이 스마트로의 특허발명의 모든 구성요소와 유기적 결합관계를 포함하고 있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SK네트웍스는 스마트로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특허권 침해자는 그 침해행위에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SK네트웍스는 스마트로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276억 손해 주장했지만 불과 1억여원 인정…법원이 직권 산정

결정적인 판단은 손해액 산정에서 나왔다. 법원은 원고 주장보다 손해액을 크게 줄였다.

현행 특허법 제128조 제5항은 특허발명의 실시로 통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특허권자가 입은 손해액으로 추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스마트로는 해당 조항에 근거해 "2006년 9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카드로 발생한 SK네트웍스의 유류매출액은 8382억여원이며, 유사 분야인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통상실시료율은 3.3%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76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스마트로의 손해액을 제128조 제5항에 따라 산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SK네트웍스의 특허침해로 스마트로가 손해를 입은 것은 인정되나 손해액을 증명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경우(특허법 제128조 제7항)에 해당해, 법원이 직접 손해액을 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GS칼텍스㈜, 에스오일㈜ 등 국내 유류판매사들이 스마트로의 특허발명과 동일한 방법을 이용해 셀프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스마트로는 GS칼텍스 등에 대해 2003년쯤부터 특허발명의 '선승인, 재승인, 선승인 취소'를 위한 VAN 서비스를 제공해왔음에도 현재까지 유류판매사들에게 침해금지를 구하거나 실시료를 지급받은 바 없어 유류판매사들은 사실상 스마트로 특허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스마트로가 GS그룹을 벗어난 후에도 실시료를 별도로 청구하지 않고 있는 점이나 2003년부터 VAN 서비스를 제공해 유류판매사들의 특허침해사실을 알았음에도 실시료를 청구하지 않아 손해배상채권 상당 부분이 소멸했을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스마트로가 사실상 특허권 침해를 포기하거나 침해를 방치한 것과 다름없다"고 봤다.

법원은 "따라서 이 사건은 SK네트웍스의 특허침해로 스마트로가 손해를 입은 것은 인정되나, 손해액을 증명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경우(특허법 제128조 제7항)에 해당하고, 법원이 직접 손해액을 산정할 수밖에 없다"며 1억2500만원을 스마트로가 입은 손해액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아울러 "스마트로의 특허발명 출원 전에도 셀프주유소를 이용한 유류판매가 이뤄져왔고, 스마트로 특허의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는 대체기술이 존재한 점 등에 비추어 스마트로 특허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SK네트웍스는 스마트로 특허 출원 전 존재하던 대체기술을 채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또 소송비용의 95%는 원고가 부담하라고도 판시했다.

원고는 즉각 항소했다. 스마트로 측은 "셀프 주유소측의 특허 침해 사실을 인정했으면서도 원고측 손해액을 법원 직권으로 산정한 것은 잘못됐다"며 지난 5일 항소했다. 다만 GS칼텍스, 에스오일 등에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 전관 출신 변호사는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특허침해여부, 특히 수백억 대의 손해액을 어떻게 산정할지 여부를 두고 대법원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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