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폭행에도 "애가 아빠 없으면..." 베트남 엄마는 신고 못했다

남편 폭행에도 "애가 아빠 없으면..." 베트남 엄마는 신고 못했다

박가영 기자
2019.07.08 15:41

폭행 영상 본 지인이 "신고하라" 조언했지만 거절

2살 아이가 보는 앞에서 베트남 출신 부인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인 남편이 8일 오전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사진=뉴시스
2살 아이가 보는 앞에서 베트남 출신 부인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인 남편이 8일 오전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사진=뉴시스

한국인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당한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이 아이 걱정에 신고를 망설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베트남 출신 여성 A씨(30)는 남편 B씨(36)에게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한 뒤 병원으로 옮겨져 전치 4주 진단을 받았지만 아동보호기관으로 이동한 아들 C군(2)에 대한 걱정을 먼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아이와 함께 있고 싶다는 A씨의 요청을 받아 A씨와 C군이 함께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처한 상태다.

A씨는 B씨의 상습 폭행을 견디다 못해 영상을 몰래 촬영했지만 직접 신고하진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에 대한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경찰은 "폭행 영상을 본 지인이 '신고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는데도 A씨가 '아빠가 없으면 안된다'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결국 A씨가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당한 사실은 또 다른 지인의 신고로 밝혀지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남편의 폭력성을 인지했지만 아들을 한국에서 가르치고 싶어 이를 참았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5일 오전 8시7분쯤 전남 영암군 한 다세대주택에서 베트남 이주 여성 A씨가 남편 B씨로부터 폭행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에 따르면 B씨는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아내 A씨를 상습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베트남어 통역을 통해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A씨는 경찰에 "3년 전 남편 B씨를 만났다. 임신한 상태에서 베트남으로 돌아가 아이를 출산한 뒤 지난 6월 초 한국으로 돌아와 남편의 집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한 달 남짓 생활하는 동안 남편은 '한국말이 서투르다'는 등의 이유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자주 폭언을 했고 6월 말엔 맞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남편 B씨는 8일 아내와 아이를 수차례 때린 혐의(특수상해·아동보호법 위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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