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안뉴]"한 두 번은 괜찮아"하다가…지각, '고질병' 된다


#직장인 김주영씨(가명)는 요즘 골치가 아프다. 지각을 자주 하는 직속 후배 때문이다. 매일 10~15분씩 늦게 출근해 김씨까지 상사의 눈치를 보게 된다. 따끔하게 충고해도 그때뿐.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또 지각이다. 김씨는 "회사 코앞에서 자취한다는데 왜 이렇게 늦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널리 퍼져 있는 통념이 하나 있다. '집 가까운 사람이 더 늦는다(지각한다)'는 것. 이 통념에 크게 반발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꽤 다수가 '경험적으로' 체감하는 속설이기 때문이다.
집 가까운 사람들이 더 자주 지각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는 약속 장소 혹은 학교·회사 등 목적지까지 가야 하는 거리가 짧은 사람일수록 변수에 무뎌진다고 설명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도보로 이동하든 우리는 항상 '변수'에 노출돼 있다. 여기서 '변수'는 길이 막히거나 갑자기 급한 신호가 와 화장실을 가는 등 예상 밖의 모든 상황을 뜻한다. 목적지가 먼 사람들은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높아 이러한 변수에 민감해진다. 반면 목적지가 가까운 사람들은 변수에 방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신경 쓰지 않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먼 곳을 갈 때엔 시간 계산이 철저해진다. 이 계산 안에 변수도 대부분 포함되는 편"이라며 "하지만 가까운 곳을 가게 되면 사람들은 '그냥 가면 된다'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생각 때문에 긴장감이나 준비 정도가 떨어지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G씨(27)는 "약속 장소가 대개 서울인데, 집에서 1시간~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대중교통 배차 간격이 긴 편이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항상 일찍 출발한다. 버스를 한 번 놓치기라도 하면 30분, 1시간씩 지각해 빨리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 강동구에 사는 K씨(28)는 평소 약속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하거나 5~10분 정도 늦는 편이다. K씨는 "출근하거나 약속 장소 갈 때 지하철 시간을 기준으로 출발한다. 가끔 연착되면 그대로 지각하는 것"이라며 "가까운 데 갈 땐 지하철 연착 같은 변수를 더 고려하지 않게 된다. 문제가 생기면 '그냥 택시 타지 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집 가까운 사람들의 지각은 '고질병'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 두 번씩 늦었는데도 큰 손실(예를 들면 비행기를 놓치거나 대학 원서 접수를 못 하는 등)이 없으면 '이 정도는 괜찮다'라고 생각해 지각이 습관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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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교수는 "지각하는 습관이 생기면 어딜 가든 늦게 된다. 약속 시간을 꼭 준수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이 습관을 고치려면 굉장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고치기 어려운 것이지, 안 고쳐지는 것은 아니다. 약속 시간을 30분 일찍 적어놓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작은 습관이 본인의 이미지를 흐트러트릴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