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소독 다 해서 코로나 안전한데…손님들 의심은 닦이지 않네요"

[르포]"소독 다 해서 코로나 안전한데…손님들 의심은 닦이지 않네요"

백지수 기자, 박가영 기자
2020.03.15 07:30
지난 13일 오후 12시25분쯤 서울 구로구 H돈까스 매장 모습. 점심시간이었지만 매장에 손님은 단 1명도 없었다. 평소였다면 손님들이 가게 밖까지 줄 서 있었을 시간. 하지만 이날 방문한 손님은 이 시간까지 5명뿐이었다./사진=박가영 기자
지난 13일 오후 12시25분쯤 서울 구로구 H돈까스 매장 모습. 점심시간이었지만 매장에 손님은 단 1명도 없었다. 평소였다면 손님들이 가게 밖까지 줄 서 있었을 시간. 하지만 이날 방문한 손님은 이 시간까지 5명뿐이었다./사진=박가영 기자

"방역을 세 번이나 했어요. 그런데도 평소 같았으면 가게 안이 꽉 차고 손님들이 줄 설 시간인데 하나도 없네요."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H돈까스집은 텅 비어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시간은 평소에는 인근 사무실에서 쏟아진 직장인들로 붐빌 오후 12시30분쯤이었다.

이 가게에는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1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온 구로 콜센터 관련 확진자가 지난 5일 다녀갔다. 이른바 '확진자 동선'이다.

H돈까스집은 확진자 동선이라고 통보를 받고 지난 11~12일 이틀간 영업을 중단했다. 사장 한명분씨(65)는 "쉬는 사이에 바닥이 흠뻑 젖을 정도로 소독약도 뿌리고 도움이 될까 싶어 대청소까지 싹 다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H돈까스집의 매출은 평소 대비 70%나 줄었다. 식당 전 직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아 안내문까지 써붙였지만 가게를 찾는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

서울 구로구 H돈까스 벽에 붙은 안내문. 전 직원 코로나19 검사 후 '음성'이 나오자 사장님은 안내문에 이 사실을 손글씨로 적어뒀다./사진=박가영 기자
서울 구로구 H돈까스 벽에 붙은 안내문. 전 직원 코로나19 검사 후 '음성'이 나오자 사장님은 안내문에 이 사실을 손글씨로 적어뒀다./사진=박가영 기자

같은 날 오후 1시쯤 찾은 또 다른 '확진자 동선'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서울 마포구의 M국밥집에서 만난 사장 김지현씨(43)는 "여기 원래 줄 서서 먹는 가게"라며 "원래 일 매출이 170만~200만원인데 어제는 하루 종일 열고도 30만원 벌었다"고 한탄했다.

벽 한쪽에 가득한 정호영 셰프, 걸그룹 오마이걸, 배드민턴 선수 이용대 등 유명인사들의 싸인이 김씨 말대로 이곳이 원래는 명소였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시각 식사 중인 손님은 10명이 채 안됐다. 나머지 20여석은 휑했다.

지난 13일 오후 1시10분쯤 서울 마포구 한 국밥집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지난 6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이 식당의 일매출은 평소의 6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쪽 벽에 유명인사들의 싸인이 평소 인기 있던 식당임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백지수 기자
지난 13일 오후 1시10분쯤 서울 마포구 한 국밥집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지난 6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이 식당의 일매출은 평소의 6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쪽 벽에 유명인사들의 싸인이 평소 인기 있던 식당임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백지수 기자

M국밥집은 지난 10일 저녁 식사 시간대에 구청으로부터 '지난 6일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통보를 받고 그날 저녁 방역을 마쳤다. 확진자가 다녀간 날 일했던 직원들과 평소 가게를 보는 김씨의 어머니도 모두 자가격리됐다.

당시 가게에 나오지 않은 김씨가 일용직 종업원들과 함께 가게를 열고 있다. 김씨는 "보건소에서 방역한 다음날에는 영업을 해도 문제가 없다고 해서 영업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손님들의 오해가 크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매출도 매출인데 '확진자 동선인데 왜 문 열었냐'고 욕하고 문을 발로 차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주변 상권까지도 다같이 손님이 없어져 이웃 상인들 눈치도 보인다"며 "아예 가게를 접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도 말했다.

'확진자 동선' 위 상인들에게는 매출 감소뿐 아니라 월세 걱정까지 더해진다. 부담은 결국 노동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또 다른 '확진자 동선' 중 하나인 서울 영등포구 한 국밥집 사장 김모씨(71)는 "여기 월세만 400만원인데 월세 걱정이 커도 가게를 내놓을 수가 없다"며 "가게를 내놔도 안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할 수 없이 직원 3명 중 2명을 내보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찜찜하다는 입장이다. '확진자 동선'으로 알려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서던 직장인 정모씨(35)는 "사실 확진자 동선인지 모르고 왔는데 알았으면 안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기자에게 "그런데 방역은 했다고 하던가"라고 되물었다. 방역이 다 된 곳이라고 하자 그제야 "그러면 마음이 좀 놓인다"고 했다.

"'확진자 동선' 이용해도 안전"…동선 공개 범위 조정은 숙제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한 식당에 '휴업합니다'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식당은 구로구 확진자 동선에 포함됐다./사진=박가영 기자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한 식당에 '휴업합니다'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식당은 구로구 확진자 동선에 포함됐다./사진=박가영 기자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은 '확진자 동선'을 일반 시민들이 이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방역에 쓰이는 소독제로 소독을 마치면 현장에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바이러스들이 모두 사멸한다는 설명이다. 확진자 동선으로 밝혀질 때에는 확진자가 방문한지 3~5일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남아있기도 힘들다.

방역 일선에 있는 영등포보건소 한 관계자는 "확진자가 다녀간 곳인데 영업을 한다고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면서도 "주민들에게도 '역학조사와 방역을 끝냈으니 안심하고 다니시라'고 말한다"고 했다.

서울시 방역 담당자도 "질병관리본부(질본) 지침에서 가게를 하루이틀 닫으라고 권고하는 것도 소독약 냄새 환기 때문"이라며 "작은 규모 가게이거나 사용하는 약품에 따라 저녁에 방역하고 다음날 정상 영업을 해도 문제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이 확진자 동선 상호를 세세히 공개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M국밥집 사장 김씨는 "솔직히 상호까지 공개하는 것은 손해가 막심해서 소송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확진자 동선 공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 관리법) 제34조의 2와 같은 법 시행규칙 제27조의 3에 근거한다. 지자체가 감염병 환자의 이동 경로 등을 정보통신망(인터넷)에 게재하거나 보도자료를 배포해야 한다고 돼 있다. 다만 상호 공개를 해야 한다고는 나와있지 않다.

질본 관계자도 "방역 지침에 확진자가 거쳐간 곳을 공개하도록 돼 있지만 상호명을 노출하라 말라는 구체화된 지침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에서는 주민들이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스스로 보호하도록 하기 위해 자세히 공개하는 것 같다"면서도 "상호명이나 확진자의 직장, 직업 등까지 공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판단해서 지자체들과 공통된 합의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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