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유튜버와 상임위원장의 합방…"우린 코즈모폴리턴"

[르포]유튜버와 상임위원장의 합방…"우린 코즈모폴리턴"

조철희 기자
2020.11.16 10:08

송영길 외통위원장, 인플루언서글로벌협동조합 크리에이터들과 '합방' 등 컬래버레이션

사진제공=인플루언서글로벌협동조합
사진제공=인플루언서글로벌협동조합

아름다운 한국의 가을 날씨가 종일 기분 좋게 하던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세계 시민' 코즈모폴리턴들이 모였다. 알바니아, 네팔 출신의 외국인 유튜버와 호주, 러시아, 브라질, 필리핀, 아랍 국가 등을 상대로 외국어 방송을 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젊은 유튜버들이 국회의 한 상임위원장을 만났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 외교관이 꿈이었습니다. 글로벌 이슈에 관심이 많아 어학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외교 활동도 적극적으로 해오다 올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됐습니다. 요즘 미국이 '아메리칸 퍼스트'에 대한 분열상이 심한데 너도 나도 퍼스트를 외친다면 지구는 망할 겁니다. 지구는 하나의 공동체입니다. 진정한 코즈모폴리턴 세계인이 필요합니다. 여러분, 저를 잘 찾아오셨습니다."(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글로벌 유튜버들과 만난 국회 상임위원장은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었다. 송 위원장도 평소 유튜브를 자주 하는데 요즘엔 카자흐스탄 가수 디마쉬 쿠다이베르겐의 노래를 자주 찾아 듣는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 '송영길TV'도 활발히 운영 중이고, 인스타그램에선 반려견 '씨씨'의 계정을 따로 만들 정도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능하다. 유튜버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일일이 '맞팔'을 하느라 분주했다.

△MKH(권순홍·호주 다문화) △제니(이원경·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kyunghaMin(민경하·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검비르TV(검비르·네팔 출신 배우) △keiss(케이시·알바니아 출신 모델) △잔나 코리아(이지은·아랍권) △우라라 컴퍼니(우지은·브라질) 등 유튜버들은 송 위원장이 신기했다. 5선 국회의원에 인천광역시장까지 지낸 국회 상임위원장으로 '높으신 분'인 줄로만 알고 긴장했는데 만남 말미에는 "동네 형 같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유튜버들은 자신들에게 국회의사당과 의원회관, 사랑재 등 국회 건물 곳곳을 가이드해 주고, 단원제와 지역구·비례대표 혼합 제도 등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 국회의 특성을 열심히 설명해 주는 송 위원장의 모습에 감동했다. 송 위원장은 유튜버들의 사진을 직접 찍어주겠다며 바닥에 드러누워 촬영을 하기도 했다. 유튜버들이 평소 정치권에 요구하고 싶던 건의사항을 전하면 하나하나 성실히 대답해 줬다.

"정치인의 'responsibility'(책무)는 'response'(반응)에 대한 'ability'(능력)라고 생각합니다. 컴플레인이 오면 빨리 반응해야 소통이 됩니다. 리더십은 'response ability' 입니다."(송 위원장)

사진제공=송영길의원실
사진제공=송영길의원실

송 위원장은 글로벌 유튜버들과 만나면서 거침 없이 여러 외국어를 썼다. 그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5개국어가 가능하다. 외국에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닌 적은 없다. 30대 때부터 국회의원을 했는데 그때부터 독학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중국 칭화대학교에서는 공산당 청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중국어로 강연까지 했다. 홍콩 방송국 봉화TV의 토론회에 출연해선 중국어로 토론했다. △17대 국회 한·프랑스 의원친선협회장 △18대 국회 한·말레이시아 의원친선협회장 △북방경제협력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러시아 특사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장 △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의장. 코즈모폴리턴 송영길과 글로벌 유튜버들의 만남은 가히 '운명적'이었다.

이들의 '합방'(합동 방송) 컬래버레이션은 시종일관 뜨거웠다. 송 위원장과 만난 유튜버들은 최근 출범한 인플루언서글로벌협동조합(GIN·Global Influencers Network·대표 권순홍)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다. 글로벌 유튜버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GIN은 한국, 미국, 캐나다, 영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호주,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태국, 필리핀, 중남미 등 40여개국 다국적 인플루언서 5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아래줄 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송영길 외통위원장, MKH(권순홍), kyunghaMin(민경하), 검비르TV(검비르), 잔나 코리아(이지은), 제니(이원경), 우라라 컴퍼니(우지은) /사진제공=인플루언서글로벌협동조합
(아래줄 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송영길 외통위원장, MKH(권순홍), kyunghaMin(민경하), 검비르TV(검비르), 잔나 코리아(이지은), 제니(이원경), 우라라 컴퍼니(우지은) /사진제공=인플루언서글로벌협동조합
잔나 코리아(아랍)

잔나 코리아는 유튜브에서 아랍어로 한국어를 가르친다. 아랍인들이 한국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2년 반만에 구독자가 100만명에 가까워질 만큼 반응이 뜨겁다.

그는 송 위원장에게 "한국이 민간도 그렇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아랍에 대한 관심이 너무 없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러자 송 위원장은 "앞으로 계속 상의해 보자"며 "지원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쿠웨이트, 카타르, 요르단, 이라크 등 아랍 국가 방문 경험을 이야기하며 '살라마리쿰'(안녕하세요) 하고 현지어 솜씨를 선보이기도 했다.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와의 친분도 소개했다. 최근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도전을 돕기 위해 압둘라 국왕에게 지지 호소 편지를 보낸 사실도 전했다.

민경하(러시아)

송 위원장은 러시아에 한국을 알리는 유튜브 방송인 민경하의 'Kyunghamin'에 출연해 러시아로 긴 시간 이야기했다. 러시아에 대한 인상, 에피소드 등을 말해 민경하로부터 러시아어 실력 점수 60점을 받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일곱번이나 만났다고 하자 민경하로부터 '사인 좀 받아달라'는 부탁까지 받았다.

제니(필리핀)

송 위원장은 제니와 함께 필리핀어(타갈로그어)로 필리핀 노래도 불렀다. 제니는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권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페이스북 'Jenny Korean Class'(제니 코리안 클래스) 구독자는 35만명에 달한다. 송 위원장은 2010~2014년 민선 5대 인천시장 시절 지역에서 필리핀 이주민 커뮤니티를 지원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사진제공=인플루언서글로벌협동조합
사진제공=인플루언서글로벌협동조합
검비르(네팔)

네팔 출신 영화배우 겸 크리에이터인 검비르는 한국에서 19년을 살았다. 그는 송 위원장과 뜻깊은 이야기를 오래 나눴다. 특히 네팔에선 독도가 한국땅으로 소개돼 있는데 한국에선 석가모니의 출생지가 네팔이 아닌 인도로 교과서 등에 잘못 알려져 있다며 관심을 호소했고, 이주민·다문화가정 정책 개선도 요구했다.

"대한민국이 발전하려면 세계를 품어야 합니다.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한국도 다문화사회가 될 것임은 명확합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차별 받지 않고 오히려 글로벌 리더로 클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심을 주고 싶습니다. 제가 민주당에서 지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면 당 역량을 동원해서 이와 관련한 제도적·문화적 개선과 교육 등에 힘쓰겠습니다."(송 위원장)

권순홍(호주)

권순홍은 호주인 아내 니콜라와 함께 유튜브에서 다문화가족의 일상을 보여준다. 최근 GIN 대표를 맡게 된 그는 "글로벌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한국을 전세계에 알리는 민간 외교사절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뜻깊은 일을 하고 있다고 격려하고 외통위원장으로서의 지원도 약속했다.

라라(브라질)

유튜브에서 한국어 교육과 한국 문화 등으로 브라질 사람들과 소통해 왔고, 브라질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우라라 컴퍼니'의 라라도 송 위원장과 다문화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송 위원장은 "한국은 세계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하고 세계를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양방향의 세계화가 돼야 한다"며 "다양한 세계인들이 한국에 와서 사는 다문화사회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시(알바니아)

케이시는 알바니아 출신 모델이다. 한국에 여행을 왔다가 한국이 너무 좋아서 눌러앉아 버렸다. 케이시 역시 송 위원장처럼 외국어를 잘한다. 영어, 터키어, 스페인어에 능하고 한국어도 요즘 실력이 많이 늘었다. 그는 아직 한국에 알바니아대사관이 없다며 송 위원장에 관심을 호소했다. 주한알바니아대사관이 생기면 자신이 언젠가는 대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지만 한국의 멋을 더 제대로 알려야 하겠습니다. 자본만의 세계화가 아니라 민간 네크워트도 세계화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목소리도 세계적 연대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평등한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송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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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조철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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