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하는 성장기 학생들 사이 발생한 사안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가해자가 처벌되기까지 피해자가 감당해야 할 고통이 너무나 커, 신고보다 혼자 감내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 등의 '2차 가해'도 드물지 않다. 학교폭력이 일어난 과거는 현재보다 현저히 인권감수성이 낮았는데, '장난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등의 말과 함께 문제 제기하는 피해자를 별난 사람으로 취급하고는 했다. 오히려 학생들과 학교가 피해자에게 편견을 갖고 가해자 편에 서기도 했다.
학생 스포츠 선수들은 '성적지상주의' 아래 지도자나 선배에 의한 언어·신체 폭력을 용인하고 감수해왔다. 또한 지도자들이 관리 목적으로 학년을 섞어 기숙사 방을 배정하는 관습으로 인하여 선배를 정점으로 한 또래 간 '위계 문화'가 강화됐다.
미성년자 집단 사이에서 우두머리를 세우고 '완장'을 채워 서열과 복종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성적지상주의나 완장문화는 학교폭력이 개인의 문제이면서도 성인이나 집단에도 원인이 있는 고질적인 병폐임을 보여준다.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학교폭력예방법'은 2004년 1월 제정 후 수차례 개정을 거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원래 학교폭력 심의 여부를 학교장 재량으로 정하다가 '학교가 폭력을 감싸준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2011년 5월 학교폭력 신고 접수시 의무 심의하도록 개정했다.
시간이 지나자 이 같은 엄벌주의에 대한 반성이 일었다. '교육 기관인 학교는 경찰서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2019년 8월 학교장이 학교폭력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교육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법이 변경됐다. 미성년자인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학교폭력예방법의 목적이 일반 형사사건에서처럼 가해자 엄벌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결과다.
그러나 올해 2월 24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가 내놓은 '학교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인권 보호 체계 개선방안'을 보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무관용 엄벌만을 말하며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고 성적지상주의 등으로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정부나 단체 등의 반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문체부와 교육부는 과거 폭력 사안에 대해 징계시효와 공소시효가 완성된 사안까지 전수조사해 '영구 퇴출'까지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또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해 학교폭력 이력이 있는 경우 선수등록, 대회 참가를 제한하고 국가대표 선발에도 제한을 두겠다고 한다.
독자들의 PICK!
해를 입힌 학생도 아동임을 잊은 성급한 방안이다. 일단 성인 대상 처벌 기준보다 훨씬 가혹하다. 국민체육진흥법상 지도자가 선수에게 상해·폭행을 가한 경우 자격이 취소될 수 있는데, 금고 이상의 형 집행이 종료된 날로부터 10년이 지날 경우 다시 지도자로 활동할 수 있게 한다.
비스포츠계 학교폭력에 대한 징계·처벌과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초중등교육법은 가해 학생이 서면 사과, 접촉협박·보복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의 조건을 이행하면 한 번에 한해 학교 폭력 기록을 종합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도록 한다. 기록이 남는 경우에도 졸업과 동시에 삭제하도록 하거나 졸업 후 2년이 지나면 지체 없이 지우게 돼 있다.
또 소년법은 소년보호 처분이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도록 한다. 이러한 규정들은 학교폭력 가해자라도 교육적 조치를 통해 개선시킬 수 있는 아동이며, 이들의 이익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피해 회복을 위해서는 가해자 처벌과 진심어린 사과가 있어야 함에 동의한다. 그러나 단지 처벌만으로는 온전한 피해 회복은 불가능하다. 학교나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 피해자 말에 귀 기울이고 그 입장에서 바라보는 노력으로도 피해자는 절차로서의 회복을 경험할 수 있다.
정부는 가해 학생도 아동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사실을 알려주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교육해야 한다.
아울러 어떻게 하면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 요구에 따른다면 피해는 서서히 회복될 수 있다. 아무리 큰 비용과 노력이 들더라도 소중한 우리의 학생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