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근거리 택시배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와 관련 카카오T에 호출 방식을 '목적지 미표시'로 바꿀 것을 주문했다. 목적지가 표시되니 택시기사들이 장거리 승객들 위주로 '골라잡기'를 해 시민 불편이 가중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도시교통을 책임지는 시당국이 해법을 찾기보다는 민간 사업자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목적지 미표시에대한 택시기사들의 반발이 적지않은데다 자칫 강행시 콜을 외면하고 배회영업하는 과거 방식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서다. 이 때문에 택시기사들이 비선호 단거리콜을 기피하지 않도록 사납금 제도 개선이나 인센티브 지급 등 제도적 접근이 우선되어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앞서 23일 서울시는 지난해 10~11월 시내 택시 841대를 카카오T로 호출해 조사한 결과를 밝혔다. 서울시는 10㎞ 이상 장거리 호출에 비해 3㎞ 이내 단거리 호출의 경우 택시기사의 배차 빈도가 적었다며 그 원인으로 카카오T의 '목적지 표시' 방식을 꼽았다. 아울러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카카오T에 승객의 목적지를 자치구 단위까지만 표출하고, 장기적으로는 목적지를 아예 표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보도가 나오자 카카오T 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됐다. 카카오T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식인데, 이에대해 최근 경영진 스톡옵션 매각사태로 곤욕을 치른 카카오 그룹 내부에서도 우려의 시각이 커졌다.
그러나 업계 전반적으로는 서울시의 요구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목적지 미표시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어서다. 기사들이 반발하고, 아예 호출 자체를 외면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가 2017년 추진한 '지브로', 2019년 추진한 'S택시' 등은 목적지 표시를 하지 않은 결과 택시기사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사라졌다. 카카오T의 경쟁업체 우티(UT) 역시 최근 기사들의 호응이 떨어지자 목적지 미표시 정책을 폐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장거리에 비해 단거리 호출을 꺼리는 건 택시기사들의 공통된 특징"이라며 "앱의 기능을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앱 자체가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결과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전했다.

택시 기사들이 단거리보다는 장거리 호출을 선호하는 배경에는 악명 높은 '사납금'이 존재한다. 법적으로는 2020년 폐지됐지만, 적지 않은 택시업체들이 '운송수입금' 등의 이름으로 변칙적인 사납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사측에 정기적으로 사납금을 내야 하는 기사 입장에서는 한정된 시간 안에 요금을 많이 받는 장거리 호출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반면 카카오T블루 등 가맹 계약을 맺은 택시의 경우 목적지 미표시를 시행한다. 또 기사들에게 고정적인 수익을 일부 제공하고, 휴식시간 호출 정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비가맹 택시에 비해 단거리 호출에 보다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는 인센티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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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드러났다. 서울시가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에 대해 조사한 결과 약 39%는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로 연결됐다고 밝혔다. 목적지 미표시를 하는 카카오T 블루는 일반 택시에 비해 단거리 호출에 보다 많이 응하고, 저녁·밤 대신 아침에 배차되는 비율이 높았다.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지시한 '목적지 미표시' 자체가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택시기사들이 '목적지 미표시' 호출에도 거리낌 없이 응할 수 있도록 변칙적인 사납금 제도를 없애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택시기사는 "목적지 미표시, 심지어 타 지역으로 넘어가는 콜도 표시를 안해주는 건 문제가 있다"며 "그래서 우티 콜 자체를 기피하다보니 우티도 최근에 목적지 표시로 다시 바뀐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는 "다른 지역까지 가는 운행을 거부하는 건 승차거부에 해당하지도 않고, 태우러 간 시간과 비용을 보상받을 길도 없다"며 "이에 대한 보상 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목적지 미표시를 강제하는 건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